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지난 해 공연됐던 뮤지컬 <파이란>에선 극 초반에 남성 배우들이 무용 동작을 선보인다. 그네들의 춤은 적당한 조명과 어우러져 인간의 고뇌를 나타내는 듯한, 관능적이면서도 어딘가 슬픈 움직임이었다. 무용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던 나는 거기서 무용 공연의 매력, 그 끝 줄기를 잡은 듯 했다. 그 움켜쥔 매력의 끈을 놓기 싫어 그 이후로 기회가 되면 무용 공연을 봤다.

내가 봤던 많지 않은 무용 공연들의 감동을 하나하나 떠올려보면, 무용은 다른 예술 장르보다도 다른 무대 요소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진정 멋스럽다는 결론이 나온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 일상적인 언어로 이야기를 해주는 무대예술과는 달리 오직 몸짓, 표정 등의 ‘무용언어’만으로 관객들에게 호소해야 하니까.

이렇게 몸 말고도 조명, 음악 등이 도와준다 해도 무용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다소 어렵다. 특히 현대무용이 그랬다. 생경한 움직임과 화려한 퍼포먼스는 감각의 충격을 가져다주면서도 이질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난해한 몸짓을 보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생각하며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다보니 공연이 끝난 뒤 경직돼 있는 몸을 풀어줘야 할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작년에 우리 학교 새천년홀에서 열린 <the great teacher 공자> 무용 공연을 알게 됐다. 공자를 무용으로? 논어, 중용… 생각만 해도 그 학문적 방대함 앞에 괜히 숙연해지게 되는 공자님과, 결코 쉽지 않은 무용이라는 장르의 만남. 온갖 난해함의 집결일 것이라는 내 예상과 달리 공연은 사랑에 미혹되고 정을 나누는 인간 공자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줬다.

작년 10월에 공자를 봤으니까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 채로 문화부 다른 기자와 함께 <공자>의 안무와 연출을 맡으시는 임학선 교수님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그녀의 말을 직접 들어보니, 무용이 대중과 친근하게 어우러지지 못하는 현실의 해법이 잡힐 듯 했다. 그녀의 말처럼 무용에 한국적인 철학을 입혀 ‘고급의 대중화’를 지향하자는 것. 인터뷰를 통해 독자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