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경영)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인생의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나이든 기성세대에게는 이 말처럼 또 매력적인 얘기가 없을지도 모른다.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인생을 더 살고 싶어서 이건, 아니면 자신의 인생에서 후회가 되는 일들을 바로잡고 싶어서 이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때 자신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젊은이들에게는 이 말은 별로 도움이 되는 말도 매력적인 얘기도 아니다. 시간이 있으니 가능성이야 있겠지만 젊음이 무엇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고 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실업자 400만의 시대에 현실적 당면 과제인 취업 예를 들자면 나와 경쟁하는 사람들이 다 젊은데 이말이 무슨 그리 큰 도움이 되겠는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까지 12년을 우리는 한길을 달려 왔다. 그 길은 내가 정한 것도 아니고 마라톤 길 같이 경주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가야 하는 길이다. 같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면 선생님, 부모님 말씀 따라 한 시간 더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이 잘 한다는 얘기를 듣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회에 나가기 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지막 공식 학력이 되는 대학은 앞으로 향할 사회에 있는 수많은 길에 대한 선택과 연습을 해두어야 하는 과정이다. 불행하게도 12년을 한 길 뿐인 세상에서 속도에만 훈련 받은 우리는 대학에서의 다양한 진로와 방향의 선택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서양에서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생각하고 경험도 해 본다고 하지만 중학생만 해도 12시가 넘어 학원에서 귀가하는 우리 사정에서야 이럴 여유가 별로 없다.

젊음은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막연히 꿈꿔 왔던 여러 가지 희망들을 다 이루기에는 나는 몸이 여러 개가 아니다. 한 길 뿐인 세상을 살아 왔던 내가 이제는 많은 길 중에서, 그리고 어쩌면 어떤 길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데도 선택하여 정상을 가야만 한다. 먼저 올라가야 하는 등산이라면 빨리 가는 것 보다 어떤 루트로 가느냐가 첩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졸업을 앞둔 사람일수록 젊음의 그 가능성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야 하는 시간이 다가 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년의 어린 학생시절과 대학생활이 달라져야 하는 한가지이다.

젊음의 많은 걱정들은 앞으로 살아야 할 세상에서 어떤 길을 가야할지의 선택의 불안에서 우선 비롯되는 것 같다. 단편적으로 친구와 선배와 그리고 가끔 교수님과 학교의 관련 특강에서 듣기는 하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다. 지식만으로 되지 않고 경험해야 아는 것 중의 하나라서 그런 것이 아닌가도 싶다.
한길을 달릴 때는 남들이 어디 가고 있나가 중요하겠지만 이제 갈길을 정할때는 내 자신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 이 역시 앉아서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경험으로 아는 수가 많지만 대학 4년은 이럴 시간과 여유는 주는 것 같다. 서산의 내리막 길에서 젊음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쩌면 외롭고 냉정해야 하는 그 결정에서 가급적 남도 보지 말고 통상 우리가 행하는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일도 하지 말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한번 뿐인 인생은 중요하다. 그래서 내 길을 갈수 있다면 그것이 소위 말하는 세속적 성공이건 일생의 행복이건 얻을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