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정찬 편집장 (sansiro@skku.edu)

지난 29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는 본지를 포함한 서울지역 11개 대학신문사 편집장과 한승수 국무총리 간의 간담회가 진행됐다. 사실 교과부 등 정부관계자들도 함께 배석해 10여명이 훌쩍 넘는 자리였고, 오찬과 함께 진행됐기에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대학생들의 의식에 대해 정부 측 고위관계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필자 역시 대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많은 기대를 했었다.

간담회에서는 애초에 예고한 대로 녹색성장 정책부터 대학등록금까지 폭넓은 분야의 주제가 거론됐다. 그러나 편집장들의 일회성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반복되는 형태로 진행되면서 귀중한 시간은 큰 의미 없이 흘러갔다. 필자 역시 정부의 대학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방향 또한 잘못 설정돼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으나 마찬가지로 만족할 만한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한 총리는 정부로서도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고, 국회에 상정된 추경예산안 역시 교과부도 최선을 다하는 상황에서 만들어졌기에 대학생들도 고생스럽겠지만 잘 감내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삭발투쟁까지 감행하고 있는 대학생들의 현실에 대한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 답변이었다.

약 2년 동안의 대학부 기자 생활 동안은 필자에게 대학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지난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학 정책은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대학들은 앞다투어 이상적인 글로벌 목표를 설정하고 있고,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폭등하는 등록금은 이제 놀랍지도 않은 일이 됐다. 정부는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있음에도 부수적인 해결책만 내놓고 있으며, 미약한 고등교육재정 확보율(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은 찾아볼 수 조차 없다. 그나마 고등교육 재정을 지탱해 온 교육세까지 폐지할 방침을 밝힌 이 정부는 스스로 교육에 대한 몰이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말하는 자율화는 가장 기본적인 책무는 외면한 채, 그 책임 소지를 대학들에게 떠맡기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캠퍼스에 쇼핑몰이 들어올 수 있게 하고, 학교법인이 주식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얼핏 대학을 위하는 듯한 조치들에도 결국은 미약한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원성을 잠재우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사학재단이 아무리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이익이 학생들에게 환원되지 않는 구조에 있다.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도, 장학기금 확충보다 ‘장밋빛 전망’을 먼저 내세우는 많은 대학들의 모습들이 이를 입증한다.

간담회를 마친 한 총리는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경예산 의결에 협조해주기를 당부했고, 28조원 규모의 슈퍼추경은 결국 국회를 통과했다. 이 중 일자리 창출과 교육 민생 지원을 위한 예산을 합치면 전체의 20%. 일견 대학생들을 위한 예산이 많아보이지만, 이 중 구멍 뚫린 청년인턴제와 학자금 대출 지원 예산이 대부분이기에 그 절대적 금액만큼 학생들의 짐을 줄여주지는 않는다. 이 정도로 덜어내기엔 고등교육 재정 부족과 면피성 대학 자율화의 폐해가 너무 심각하다는 사실을 아직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올해의 등록금 동결이 내년엔 10%를 넘어서는 두 자리 수의 폭등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는 걱정에 젊은 꿈은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금, 대학생이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