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과거 뒤로한 채 명맥만 유지··· 정부 지원 확충과 자체적 노력 필요

기자명 옥예슬 기자 (yso1089@skku.edu)

20세기 초 소리꾼 혼자서 부르던 판소리는 각 배역을 맡아 사실적인 연기를 동반하는 ‘창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변모하게 됐다. 이러한 창극의 또 다른 분야로서 남성 배우가 아닌 여성 배우들만으로 구성돼 △연기 △음악 △춤을 선보이는 종합예술인 여성 국극이 출현했다.

여성 국극은 1948년 여성국악동호회에서 공연한 <옥중화>로 대중들에게 첫 선을 보였으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진 못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49년에 <햇님과 달님>이 성공하면서 1950년대에 여성 국극은 당대에 가장 인기 있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특히 태곳적 혹은 삼국시대 궁궐과 같이 △허구적인 시공간의 설정 △초역사적인 애정 묘사 △시적인 표현 등을 통해 ‘판타지’의 세계를 구축함으로써 50~60년대 대중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또 남성 역을 맡은 여성 배우(남역)가 창출해 내는 중성적이면서도 색다른 남자다움에 여성 청중들의 호응이 높아 남장배우들은 대중예술계의 스타로 군림하게 됐다.

시대적 변화와 정부의 무관심에 묻힌 여성 국극
이렇게 절정기를 구가하던 여성 국극은 60년대부터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다. 이러한 쇠퇴는 외부적으로는 TV와 같은 대중매체의 본격적인 보급과 발전, 대중가요의 발달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여성 국극은 이와 같은 새로운 매체의 출현 및 문화의 시대적 변화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 가게 됐다. 또, 1964년부터 판소리가 무형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여성 국극의 쇠퇴에 영향을 끼쳤다. 이와 관련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이하:여성국극협회) 김태현 기획실장은 “많은 배우들이 여성 국극을 하지 않고 판소리만 해도 충분히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살 수 있게 된 것”이라며 속사정을 설명했다.
한편 여성국극계 내부에도 원인이 있는데, 우선 결혼으로 인한 주역 배우들의 이탈을 꼽을 수 있다. 50~60년대에는 여성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모든 사회적 활동들을 접고 아내이자 엄마 역할 만을 수행하는 봉건적 관습이 널리 퍼져있었다. 이러한 관습은 배우들이 여성 국극을 계속하는 데 장애물이 되었다. 실례로, 1960년대의 진경여성국극단의 우두머리 격인 김진진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활동이 위축된 경우도 있다. 또한 여성 국극계에서 배우 양성에 소홀했던 점도 일조했다. 이는 여성 국극에 대한 국가 정책 미비와 후배 배우 양성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없는 것에 기인한다. 이에 대해 여성 국극 배우인 허숙자 씨는 “후배양성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아서 체계적인 후배 양성엔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말했다.

겨우 명맥만 유지… 체계적인 시스템 미비해
현재 여성 국극은 여성국극협회를 통해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기획실장은 “여성 국극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현재는 우리 단체 하나와 작은 소규모 단체 두 개뿐이다”며 “부족한 재정 탓에 배우들이 겸업으로 활동하게 되고, 한 행사를 끝내고 나면 바로 흩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여성 국극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필요해
작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 보조금 지원으로 국립국악원에서 60주년 기념행사인 <영산홍>을 성대하게 공연했고, 이 밖에도 여성국극 60주년 기념 사업을 지원하는 등 국가에서 여성 국극 살리기에 도움을 주는 듯했다. 이러한 노력은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데 일시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는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나 지속적인 정책을 통한 지원이 아니고서는 여성 국극에 재활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가 매년 지원받는 1억원 정도의 국가보조금으로 겨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규모가 큰 여성 국극 공연의 특성 상 현 수준의 지원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국가의 지원 확충 외에는 확실한 방도가 없다는 것이 중요 논점이다.
여성 국극계의 화려한 재 비상을 위해 정부의 지원과 여성 국극 내의 시스템 정비 등 앞으로 이뤄야 할 것이 더 많은 우리 여성 국극 60년. 정부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한정된 틀의 사고를 벗어나 현대 문화와 융합을 하여 새롭게 대중에 다가서는 등 여성 국극의 새로운 시도가 필요할 때가 아닐까. 50년대부터 우리나라 굴곡의 역사와 함께한 여성 국극은 오늘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