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성국극의 60주년을 기념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여성국극 60년사>를 편찬했다. 이 책에는 여성국극의 역사는 물론 현실적 어려움과 이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평생을 여성국극의 부흥을 위해 고군분투해온 한 사람의 노력에 대해서는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자신이 무대 위에서 직접 조명을 받기보다는 후배들을 뒤에서 든든하게 뒷받침해 여성국극의 진정한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여성국극 배우이자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인 홍성덕이다.
■ 원래 판소리를 전공했는데, 여성국극에 몸담게 된 계기가 있었나
국악인이신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판소리를 하던 시절, 우연히 여성국극을 접하게 됐다. 그 즈음 60년대에 여성국극의 위기가 찾아왔는데, 여성국극인 이군자와 함께 이 위기를 타개하고 다시 여성국극을 부흥시키기 위한 행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어렵사리 힘을 모아 공연을 한 번 마치고 나면 다시 여성국극이 무관심 속에 자취를 감춰버리는 현실 앞에서 차마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 때부터 지금까지 여성국극을 위해 계속 힘쓰고 있다. 누군가가 하지 않으면 여성국극이 영원히 사라져버릴 상황에 일종의 책임의식을 느꼈던 것 같다.
■ 20여년을 오롯이 여성국극에 바쳐왔는데 그간의 노력에 대해서 말해 달라
중요한 공연에는 직접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지만, 주로 후학 양성에 힘써왔다. 후배들에게 △소리 △연기 △무용 등을 직접 가르치고 △작곡 △제작까지 많은 부분을 도맡아왔다. 또한 1993년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여성국극을 알리기 위해 세계 구석구석을 돌며 해외 공연을 했으며, 2000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르웨이 노벨평화상 수상식에 초청돼 <황진이>로 여성국극 공연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여성국극이 처한 현실은 어렵기만하다. 이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돈벌이가 되는 판소리나 할 것이지 왜 여성국극을 굳이 고집해서 고생하냐’고 핀잔을 듣곤한다. ‘내년에는 반드시 그만둬야지’ 하면서 또 하게 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 일본의 ‘다카라즈카’와 여성국극의 현실을 비교해본다면
다카라즈카는 여성만이 극에 출연하는 일본의 뮤지컬로 우리 나라의 여성국극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일본 다카라즈카의 경우 다카라즈카 전단 음악 학교가 있어 중학과정부터 대학과정을 통해 전문 배우를 양성해낸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의 배우는 예외없이 이 음악 학교의 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되며, 가극단의 공연은 주로 다카라즈카 대극장에서 열린다. 일본에서 다카라즈카 배우는 연예인에 버금가는 스타로 인정받는다. 전문 극장과 전문 학교가 없는 우리 여성국극의 현실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 여성국극의 계승 및 부흥을 위해 어떠한 노력들이 행해져야 한다고 보는가
현재 1년에 한 번씩 해오고 있는 정기공연도 예산부족으로 간신히 이어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예산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본다. 국가와 기업의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돼 안정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또한 국립전통예술중ㆍ고등학교처럼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국악인을 양성해낼 수 있는 학교들이 설립돼야 한다. 대학교에서도 국악과가 많이 신설돼야 국극배우의 양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객들 또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여성국극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