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상(국문04)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필자의 한 친구는 지방의 모 대학 한의학과를 다니고 있다. 지난 방학 때 친구도 만날 겸 그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였다. 이미 그 학교의 간판이 되어버린 한의학과의 발전을 위해 몇 년 전부터는 아예 본 캠퍼스와 분리해 다른 지역에 한의학과만을 따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며 금년에 준공된 우리학교의 국제관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었다.

국제관은 이미 학교 내에서 성역화 되어가고 있다. 실례로 국제관 열람실 사용문제만 봐도 그렇다. 경영관, 법학관 열람실이 학교 내 모든 전공의 학생들에게 열려있는 것과 달리 국제관 열람실은 글로벌계열 학생들만 이용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이미 성대신문 독자기고란을 통해 명륜캠퍼스의 열람실 부족 문제가 자주 언급된 것을 상기해본다면 매우 이례적인 특혜조치라 생각된다.

또, 매년 600명 가까이 입학하는 문과대 학생들이 주로 수업 받는 인문관에는 단 30-40명 가량만이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 밖에 없다. 반면 두개의 전공 중심인 국제관에는 열람실에다 각종 세미나실 시설이 있는 것을 보면 학교 측의 지원이 특정학과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국제관이 건물의 명칭과는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관이라면 으레 학생들의 어학실력향상과 관련된 곳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어학과 관련된 수업은 주로 성균어학원을 중심으로 주최되고 실제 수업 또한 경영관이나 인문관에서 열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건물이 특정 전공만을 위해 지어진 건물인지 아니면 학교 내 모든 학생들을 위해 지어진 건물인지 의심이 간다.

낙수효과(trickle-down theory)라는 경제학 용어가 있다. 정부투자를 대기업 성장에 기울이면 간접적으로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침투되어 경제효과가 커진다는 이론이다. 작금의 학교 동향을 보면 이 이론이 학교 경영에도 영향을 미쳐 전공 간 위계적 질서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기업의 투자방식과는 다르게 운영되어야 한다. 학교 내 모든 전공에 대한 공정한 투자와 지원만이 거시적으로 학교의 질적 발전을 낳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갖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