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만화방과 만화총판이라는 거대한 유통구조. <챔프>, <윙크> 등 만화잡지로 일원화된 창작의 배출구. 자신이 그리고 싶은 주제를 구현하며 스스로 자라기도 전에 전근대적인 만화유통의 굴레에 갇혀버리는 만화가들.
한국만화 1백주년을 맞아 기사를 기획하면서 대안만화를 주목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기인했다. 물론 만화는 상업성을 배제할 수 없는 엄연한 대중문화산업이기 때문에 시장논리의 영향이 불가피하지만, 분명히 어딘가에서 순수한 작가적 열망에 기초한 대안만화의 꿈틀거림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아무리 자료를 뒤져봐도 대안만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물론 실제적인 움직임도 찾기 힘들었다. 유럽이나 북미권에서는 삶을 성찰하는 내용적 측면에서, 그리고 제작 및 유통 시스템의 구조적 측면에서 새로운 형식의 만화가 많이 시도되기 때문에 시각적 유형과 어휘들이 풍부해졌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그 움직임이 더딘 것 같았다.

그러나 백정숙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자는 이같은 생각이 편견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사전검열제도가 있던 과거만 하더라도 제도권 작가는 크나큰 결심을 하지 않는 이상 대안만화를 ‘겸업’할 수 없어 대안만화의 판은 작았지만, 현재는 대안만화와 주류만화 작가군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개방적으로 변했다는 것.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화 전반에 대한 인식도 달리 했을 뿐 아니라, 마치 주류 만화에 대한 끊임없는 부정으로 한국 만화의 역사를 새로이 쓰는 대안만화와 같이 ‘20대는 끊임없는 자기 부정으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교훈도 얻을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녀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