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좀비 습격사건』, 구현

기자명 진가연 기자 (iebbi@skku.edu)

“이건 분명히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로 시작되는 소설의 첫머리는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길고 박진감 넘치는 좀비 이야기 속으로 독자들을 이끌고 있다. 영화 속에서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며 썩은 시체가 걸어다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괴생명체. 작가는 호러물에나 어울릴 법한 좀비를 대학로라는 현실 속에 끌어들이며 흥미로움과 참신성을 겸비한 작품을 선보였다.

한적한 밤 심야데이트를 즐기고 있던 한 커플이 좀비의 습격을 받으면서 이 사건은 시작된다. 이후 좀비에 물린 사람들이 모두 좀비가 되면서 좀비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대학로에는 거대한 좀비 군단이 출몰하게 된다. 정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인들은 잇달아 좀비 소탕에 나서지만 무지막지한 좀비들을 제압할 방법이 없다. 결국 상황은 정부가 대학로의 모든 것을 폭파해 없애버리는 극단적인 해결책을 준비하며 급박해진다. 이처럼 인류의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극한의 긴장 상태가 소설의 끝까지 퍼져있지만, 곳곳에 ‘사랑’의 요소를 배치해 로맨스적 여유가 느껴진다.

한편 등장인물들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양상에서 우리 사회를 냉소적으로 비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좀비 출몰의 진상은 전쟁을 일으켜 막대한 부를 회수하려는 정ㆍ재계 인사들의 음모가 끼어 있었다.

“대가리는 의원, 수족은 장군, 든든한 배는 회장인 셈이로군...<중략>...결국 이 나라의 정계, 재계, 군부의 거두들이 이 끔찍한 상황을 초래한 거란 말이지. 오, 맙소사. 정말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 거지?”
“당신들도 똑같지 않소. 특종을 잡아서 권력을 잡고, 범인은 잡아서 명예를 높이고, 자신의 여자를 찾아내 사랑을 쟁취하고. 모두들 자기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위험 부담을 무릅쓰는 거 아니냔 말이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오. 절대불변의 진리지....<후략>...”

이처럼 소설 속에서는 우리 사회를 풍자하면서도 그 자체를 비웃는 이기적인 모습의 인간 역시 비꼬고 있다. 또한 이 무자비한 좀비들조차 모체의 뜻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모습에서 좀비적 행태를 취하는 우리 삶을 비판하기도 한다. 그들은 완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고, 타인에게 조종되며 생물적인 본능과 반사행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이 소설은 좀비의 이러한 특성에 착안해 우리 사회를 유쾌하게 풍자한다. 바로 이런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곳곳에 배치한 유머 장치들로 나타나는 블랙코미디적 장치가 이 작품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좀비들과의 일전은 꽤 황당하고 잔인하기도 하지만, 둔하고 모체의 뜻에 따라 꼭두각시로 움직이는 좀비의 모습에서 우리는 웃음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작가는 좀비 바이러스 유포에 관여했던 국회의원과 그의 비리를 알고도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의원의 꼭두각시가 된 형사를 병치한다.

자신이 스스로의 삶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그는 자신이 모체의 조종을 받는 좀비와 다를 게 뭘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렇게 마무리 짓는 소설 속에서 내면으로 침잠하기보다는 인간의 위선과 위악을 모두 비트는, 풍자와 유머가 돋보이며 우리에게 긴 여운을 남기며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을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