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대학로 좀비 습격사건』작가 구현

기자명 신주령 기자 (danielsjr@skku.edu)

이연경 기자
어느 날 대학로에 좀비가 나타난다면 어떨까요? 좀비 영화를 보다가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창 ‘재밌는’ 소설을 써 보려고 구상중인 터에 이 스쳐가는 생각은 곧 현실이 됐습니다. 물론 제 책 속에서 말이죠.

소설 속 공간인 대학로는 ‘젊음’을 상징하는 공간입니다. 우선 주위에 여러 대학들이 있어 대학로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많은 대학생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또한 거리 곳곳의 연극과 뮤지컬들은 대학로를 그 어떤 공간보다도 활발함을 가진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주죠.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젊음, 열정만이 가득할 것 같은 공간이 고급 외제차와 같은 일종의 ‘사치’ 이미지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젊음’을 상징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어수선하고 난잡한 공간. 저는 이곳이야말로 좀비가 나올 적격의 장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대학로라는 공간이 특정한 의미를 가지듯이 책에 나오는 모든 등장인물들 역시 각자 고유한 의미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종의 정형화된 인물들로 표현되는 이들은 각자 경찰, 기자, 사장 등을 대표하죠. 이러한 정형성은 장군, 의원, 회장 등 악당한테서 더욱 분명히 나타납니다. 재미있는 것은 택배 기사 호준이 힘없는 약자를 대표한다는 점인데, 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발상입니다. 책을 자주 사는 저로서는 택배 아저씨를 자주 접하게 되고, 이 때 배송의 지연과 같은 사소한 문제로도 남들의 온갖 짜증을 다 받아 내야하는 그의 모습이 저에게는 다소 약자처럼 보였던 셈이죠.

사실 작품 속 정형화된 의미의 배경과 등장인물들은 제가 드러내고자 했던 사회 풍자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아무래도 정형화된 요소들이기에 다소 단편적인 비판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그 비판점만큼은 분명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제가 이 소설을 통해 보다 드러내고 싶었던 측면은 ‘재미’였습니다. 가령 경찰로 대표되는 조경감이 약자로 대표되는 호준에게 무시 받는 풍자적 장면에서조차 무언가를 비판한다기 보단 그저 이 사회의 우스운 모습을 담아내는데 주력하고자 했습니다.

저는 책이 좋아 국문학과에 갔고 전공을 살려 출판부에 들어갔지만 책에 대한 가치관이 항상 같았던 것은 아닙니다. 대학생 시절 저는 순수문학이 진정한 문학이라 여겨 여기에만 관심을 가질 뿐 대중적인 문학에는 다소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출판부 일을 하고 ‘책’을 팔게 되면서 대중들이 원하는 데는 또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차차 하게 된 것이죠. 어쩌면 대중과 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선 이런 ‘재밌게 읽히는’ 소설이 더 의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