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길었던 장마도 끝이 나고 무더위라는 손님이 찾아왔다. 그리고 뜻밖의 한 손님이 더 찾아왔으니,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등록금 후불제)’라는 분이다. 지난 달 30일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교육협의회에서 열린 정책 간담회를 방문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등록금 후불제)’의 시행을 약속한 것이다. 으레 등록금 협상 기간인 매년 1월에나 선심성 공약으로나 등장했다가 사라지던 등록금 후불제의 시행이 내년으로 다가온 것이다.

정부에서는 소득이 발생한 이후에야 강제상환을 하기 때문에 학자금대출 제도 안에서 발생한 신용불량자의 감소와 더불어 누구에게나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는 현재 영국, 호주 등의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국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했다. 특히 호주의 경우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의 강제 징수 여부가 결정되고 있고 한 번에 상환해야 하는 금액 또한 소득의 4~8%로 한정시켜 후불제의 성공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다만 제도의 시행을 위해서는 선행되고, 수반돼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등록금 상한제의 마련이 시급하다. 등록금 납부에 대한 ‘조건부 유예기간’을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의 기회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작년에 등록금이 동결되기 전까지 대부분 대학에서는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의 등록금 인상률을 보여 왔으며, 우리 학교 역시 동결 전 최근 5년간 인상된 금액의 평균 누계는 1백70만 원 가량이었다. 또한 올해 초 등록금 동결로 인한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내년에 등록금이 예년 수준 이상으로 인상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 인상 방지책뿐만 아니라 세금징수 제도의 체계화도 후불제 시행을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취업여부를 알기 힘들 뿐만 아니라 공공연한 탈세로 인해 자영업자의 소득 또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후불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국세청과 기업이 연계해 졸업생들의 취업여부는 물론 수입내역도 모두 파악하고 있어 고의적인 미상환을 방지하고 있다. 제도 실시를 위해 △국세청 △기업 △대학의 유기적인 상호연계를 통한 세금징수제도의 체계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에 더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 어느 정도의 범위까지 세금은 납부해야하는지 또한 결정돼야 한다.

그간에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전면 도입으로 인한 사교육비 절감을 외치면서도 되레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왔고, 서민을 살리겠다면서 뒤에서는 종부세를 폐지해 지방자치단체의 무료급식을 없어지게 했다. 지금의 등록금 관련 제도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내건 ‘반값 등록금’ 공약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로 바뀌어 버렸다. 고등교육재정의 확충을 통해 대학생들이 등록금으로 ‘고통’받지 않게 하겠다던 약속을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채무자’로 만들어버리는 정책으로 지키는 것이다.

경제학 속담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마치 누구나 걱정 없이 대학에 다닐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놓고 실상은 철저한 경제 원리에 입각한 정책들로 무장한 우리 정부. 조심스럽게 포퓰리즘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건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정부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교육에서까지 공짜 점심은 없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