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풀뿌리사회지기학교 창립자 연세대 이신행 교수

기자명 조은혜 기자 (amy0636@skku.edu)
 ‘배울이’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가르칠이’. 바로 연세대학교 이신행 명예교수이다. 그는 풀뿌리사회지기학교(이하:풀뿌리학교)의 설립자이며 현재 학교 이사회의 임원으로 활동하는 풀뿌리학교의 산증인이다. 이 교수에게서 풀뿌리학교의 운영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봤다.

■풀뿌리학교의 설립 계기는 무엇인가
기성대학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생각들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 풀뿌리학교이다. 이를 위해 풀뿌리학교에서는 기존의 획일화된 교육과는 달리 지역만이 가진 특성화된 교육을 하고자 했다. 또한 기성대학에서는 찾기 힘든 평생 동안의 말 동무 ‘형벗’을 학생들에게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

■교육과정 중 지역사회에 대한 강좌가 많던데, 지역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화는 수용할 수 밖에 없는 점이 분명히 존재한다. 때문에 지역의 고유함을 지키는 것이 세계화의 부정적인 면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방에 내려갈수록 경제적 낙후는 물론이고 젊은이들이 살지 않는 곳이 많아 그 지역만의 색을 잃고 있다. 이에 우리 학교는 젊은 학생들에게 지역사회를 가르침으로써 지역의 특이성을 이어가도록 했다.

■기존의 대학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가졌는데, 어떤 본보기가 있었나
풀뿌리학교는 분명 독자적인 기관이다. 설립을 계획할 당시 의도적으로 다른 대안학교의 자료나 외국의 사례를 보지 않았다. 한국만큼 시련을 많이 겪었던 사회가 없었기 때문에 충분히 독특하고 독자적인 대안교육기관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학교를 운영하면서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서양인을 끌어들일 수 있는 한류, 비틀즈의 아류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시착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일 때 그 무엇보다도 보람이 있다. 최근 트리플 O.S.T에 참여한 가수 ‘짙은’이나 ‘푸르스트 클럽’의 작가 ‘김혜진’과 같은 제자가 나올 때가 그랬다. 이들은 다른 이를 모방하기보다 차근히 자신만의 색깔을 찾아가며 활동 중이다.

■풀뿌리학교 학생들이 가졌으면 하는 소양은 어떤 것이 있을까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것만큼이나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지금의 대학은 획일화된 인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자기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중요하게 여기고 그 다음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풀뿌리학교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지역만의 특색에 맞는 ‘가르칠이’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학교의 전반적 운영을 책임질 교감을 맡을 사람을 찾는 일이 문제가 됐다. 본래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이 지역의 향기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아 지역을 잘 아는 사람을 교감으로 임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감이라면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사회의 인식으로 인해 많은 재목들이 쉽게 용기를 내지 못했다. 

■대안적인 형태의 교육 기관들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통신이나 교통의 발달로 충분히 다양한 사회가 될 수 있지만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만 가고 있다. 사회의 일극화를 깨는 것은 대안적인 성격을 지닌 단체의 몫이라고 본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회가 여러 가지 모습을 지닐 수 있도록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