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매미가 우렁차게 우는 햇볕 좋은 날, 아시아프 1부가 문을 열기 30분 전이었다. 전시장 공개에 앞서 일찌감치 개막식이 열린 이유에서였을까? 삼청동길에는 벌써부터 도록을 훑어보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기대에 찬 표정으로 줄을 서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옛 기무사건물의 비밀스러움은 또 하나의 전시품으로 다가가고 있는 듯 했다.

젊음의 숨결이 고동치는 대안적 미술장터
아시아프는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청년 작가들의 △한국화 △서양화 △입체 △판화 △사진 △미술 △미디어아트 등의 작품이 망라돼있다.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30세 이하의 젊

▲ 전시회장을 찾은 관람객들
은 작가들이 대부분인 아시아프. 작가 뿐 아니라 도슨트와 딜러 역할을 수행하는 학생아트매니저(Student Art Manager, SAM)까지도 대학생이다. 이처럼 미술에 대한 애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대학생들이 전면에 나선 아시아프지만 관람객의 면면은 젊은 층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고사리같은 손으로 작품을 가리키며 연신 질문을 해대는 꼬마 미술가부터 진지한 눈으로 작품을 살피는 할아버지까지. 이들은 젊은 예술가가 붓으로 흩뿌려놓은 농담에 즐거워하기도 하고, 작품에 새겨넣은 그들만의 세상에 공감하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아시아프 코디네이터 김보미 씨는 “작품을 통해 일반 관객들은 젊은 작가들의 생각은 물론 ‘요즘 대학생들이 이런 것을 배우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전시장 1층에서부터 아시아 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3층까지 ‘젊음’ 이외에는 7백77명의 작품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단어를 찾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운 빛깔을 자랑했다. 이쑤시개서부터 초콜릿과 라면땅을 이용한 그림까지 소재의 다양성은 감상의 재미를 더했으며, 자기 표현 욕구가 유달리 강한 요즘 젊은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듯 작가 자신의 사진을 이용해 독특한 작품 시도를 한 작가들도 여럿 눈길을 끌었다. 전통을 통해 더 큰 새로움을 창출하려는 시도도 보였다. 고흐의 작품은 모기향을 통해 새로이 거듭났으며, 서양의 명화에 한국적 요소를 삽입하는 재치를 보인 작품도 있었다.

미래의 대가를 미리 만난다

▲ 포트폴리오가 비치된 작가의 방
“작가님, 작품에 양각으로 표현된 컵이 약간 깨져있는데요… 아, 의도하신 거라구요?” 혹시 작품 파손이 아닌가 궁금해하는 관람객의 질문에 아트매니저는 작가와 통화 후 이런 대답을 받아왔다. 구매에 앞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행여나 놓칠 뻔한 관람객도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이렇듯 미술 장터답게 작품 판매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개막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작품 판매를 의미하는 아시아프의 빨간 원형 딱지가 다수 붙어있었다. 스스로를 미술애호가로 자처하는 최의섭 씨는 “취향에 맞는 작품을 벌써 두 점이나 구매했다”며 “작가와 우연찮게 인연이 됐으니 후에 전시회에도 참가하며 성장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작품의 가격은 비매품에서부터 3백만원까지 다양했다. 그림의 크기에 따라 제시되는 적정가를 참고해서 작가가 최종적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현대미술과 대중의 화해
작년과 마찬가지로 일반인과 청년작가를 대상으로 하는 강연도 매일 열린다. 개막 다음날인 7월 30일에는 국민대 강태성 교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현대미술’ 강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아까 쿠르베의 것과는 확연히 다르죠. 인상써서 인상파가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모습을 그려 인상파에요” 강사의 쉬운 설명에 청중들이 웃는다. 이처럼 아시아프는 현대미술은 난해하다는 누명을 벗기기 위해 관객과의 교류에 힘쓰고 있었다.

▲ 출품작가 작품 설명회
이번 해에는 이같은 노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포트폴리오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작가의 방’이 신설되고 ‘출품작가 작품설명회’가 열려 좀 더 능동적인 소통을 기대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자신의 창작물을 ‘20초의 시간 20장의 이미지 그리고 6분40초의 시간’의 규칙에 따라 PPT 발표로 선보이는 작품설명회는 큰 호응을 얻었다. 작업의 동기,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작가 개인적인 이야기 등에 청중들은 귀기울이며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에는 그와 관련된 질문도 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2회를 맞은 아시아프에는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대안적 미술 장터라고 하는 아시아프에서도 투기 목적을 가지고 구매에만 열을 올리는 관람객이 보였다. 또 어떤 작가는 ‘작품을 팔아달라’는 피켓을 들고 전시장을 찾는 모습을 보여 판매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아시아프의 본래 취지를 망각한 모습이었다. 그밖에도 전시장의 환기 문제라든가 재입장이 불가하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에 개막한 아시아프는 오는 9일에 1부를 맺고 12일에 시작하는 2부에서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관람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이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여름방학, 2천여점의 다양한 작품을 보며 또래 대학생들의 젊은 예술혼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덩달아 당신의 가슴에 지펴질 열정과 현대미술이 그리 어렵지만은 않다는 자신감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