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아시아프 기획위원 이상봉(미술) 교수

기자명 김민지 기자 (msvt4ever@skku.edu)

■아시아프 기획위원으로서 젊은 작가들에게 중점적으로 보았던 기상은 무엇인지
그네들의 열정이었다. 아시아프에 뜨겁게 반응하는 젊은 작가들을 보고 ‘아직 순수미술이 살아있구나, 젊은이들이 미술을 외면하지 않는구나’하는 안도감 내지 자부심을 느꼈다. 각자 방법은 다르지만 무엇인가를 창조해내고 그것으로 주변과 소통하겠다는 열정은 모두 같았다. 그래서 미술계가 꾸준히 발전하리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화풍에 주목했다. 이번 아시아프의 작품들 중에는 날것의 느낌이 나는 것들도 있지만 일반 대중들과도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통속적인 작품들도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 작가들의 미덕으로 실험정신만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작품들은 일반 대중과의 소통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도록 했다.

■미술 교육자로서 아시아프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미래의 한국, 나아가 아시아 화단을 짊어질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는 일반 대중들 뿐 아니라 △작가를 지망하는 학생들 △미술교육 관계자 △전시기획관계자 △화랑관계자 등 미술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관계하는 모든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축제의 장이라고 생각한다.

■기획 단계에서 ‘젊은 작가들 끼리 교류하는 장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이유가 무엇인가
작년 아시아프가 끝나고 참여 작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더니 작가들 간 소통의 기회가 없는 것이 아쉽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평소 젊은 작가들 간 소통 부족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작년에는 장소가 협소해서 그러한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올해는 공간이 넉넉해서 가능할 것 같아 의견을 냈다. 교류를 통해 젊은 작가들끼리 결속을 다지면 스스로가 ‘미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각오를 달리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아시아프에 대학 단위별로 참여를 준비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우리 학교는 어땠는가
지방의 몇몇 대학의 경우 ‘아시아프가 아니면 안된다’는 각오로 교수와 학생들이 일심동체가 돼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우리학교의 경우에는 아시아프 참여 여부를 학생들의 자율에 맡겼다. 미술이 단순한 기량을 겨루는 운동경기가 아니고 철저하게 개인적인 표현의 장이기 때문에 단체별 준비란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학교는 단지 행사의 일정을 알리고 응모를 권유하는 정도로만 준비했다.

■아무래도 학생 작가의 경우 공모 작품에 교풍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아직 출발 단계의 젊은 작가들이기 때문에 학교와 선생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특성이 반갑지만은 않다. 다행히도 이번 아시아프의 경우 응모작 전체는 모르겠으나 전시작만 놓고 본다면 교풍이라고 부를만한 특징이 두드러질 정도로 눈에 띄지는 않았다.

■젊은 작가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작품 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다. 배고픔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키려 노력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너무 쉽게 미술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좋지 않은 태도다. 작품 활동에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작가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젊은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방법은 제도권이든 비제도권이든 사회에서 젊은 작가들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것인데 아시아프도 이런 작가 발굴 지원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
젊은 작가가 많은 돈을 들여 개인전을 몇 번 해도 관람객이 많지 않아 자신의 작품을 제대로 알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춰볼 때 아시아프는 젊은 작가들에게 분명 중요한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 될 것이다. 작가들이 보다 심화된 문제의식을 가지고 치열한 실험정신을 발휘한 작품을 내놓을 때 아시아프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판매를 염두에 둔 지나친 감상용 작품이나 획일화된 내용과 형식은 오히려 아시아프의 권위를 훼손할 뿐 아니라 축제라는 행사의 성격도 변질시킬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젊은 작가들은 판매위주의 작품제작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