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edu)

대학에 오면 기필코 학보사 기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설익은 3월의 봄이 저물고 여름방학과 함께 준정기자가 되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다. 평범한 지방의 중ㆍ고등학교를 나와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학급 반장 한번 안 해보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때 학교 신문을 만들어 보기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각종 경시대회를 휩쓸었을 테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성대신문 기자가 되리라 예상치도 못했다.

하지만 성대신문 기자가 된 지금, 8월 불볕더위의 중심에서 나의 스무 살을 외치고 있다. 가끔은 아침 여덟시부터 시작되는 트레이닝에 펌이 생생히 살아있는 물에 흠뻑 젖은 머리카락을 하고 신문사에 뛰어 들어오기도 했고, 학교 과제와 트레이닝 과제를 해내느라 별도 얼마 없는 서울의 밤 아래서 빨갛게 충혈 된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고, 1학기 내내 집에는 4번 밖에 못 내려가 부모님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보다는 책을 좋아했고, 자습시간에 감독하는 선생님 몰래 신문을 읽었다. 그 때의 신문 속 사건들은 입시경쟁에 바쁜 우리들에게 사회의 치열함을 가르쳐 주었다. 사회부 기자가 된 지금, 과연 내가 고등학교 때의 치열함보다 더 치열하게 살고있는가를 반문하게 된다. 지금의 나는 내가 잡은 기획들, 그리고 회의에서 걸러지는 기획들을 보면서 스스로 나를 능력 없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과연 내가 사회부 기자로서, 그 이전에 성대신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 하고 있는가. 그러나 첫 사회부 취재의 설렘은 체화당의 알싸한 얼그레이티 향과 함께 배어 대학생 기자, 그리고 성대신문 사회부 기자로서의 목표를 일깨워 주었다.

아주 가끔은 후회도 든다. 남들은 방학동안 영어학원에 해외 연수에 자기 발전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지만 대학생 기자가 된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게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잡아야 하는 문제기사, 그리고 치열함 없는 사회부 기획. 가끔은 동기들보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힘겨운 망상에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쩌면 꿈속에서도 기획을 잡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미 대학생 기자라는 매력에 도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짧은 내 스무 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 나의 인생의 스승은 이렇게 말했다. ‘어제는 이미 없고, 내일은 아직 없다. 오직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오늘도 이렇게 나의 스무 살은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