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이제 옷가게에서는 가을 옷을 팔기 시작한다. 여름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대학교에 올라와 보낸 세월들을 회상해보면 그냥 신문사를 회상하는 듯하다. 어느덧 신문사에 뼈를 묻기 시작한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일 년의 반을 벌써 신문사에서 보내고 있다. 세월이 참 빨리 흘러간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반년은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와 같이 한 가지 일에 몰두 할 수도 있고, 남들처럼 스펙 쌓기에 총력을 기울일 수도 있고, 그냥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수도, 남다른 경험을 찾아 떠날 수도 있는 시간이다.

남들과 달리 한 가지 일에 매달려 6개월을 보낸 나. 때때론 남들에게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잠깐 잠깐 내가 하는 일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날을 먼발치에서 돌아보면 내가 남들과 다른 세월을 보내긴 했어도, 절대 그들의 경험보다 못한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책임감이라는 것을 갖고 일하는 분야가 생겼고, 언제나 따뜻하게 맞아주는 신문사 가족들도 생겼다. 내가 남들처럼 스펙 쌓기에만 집중했다면, 스펙을 어느 정도 쌓은 다음에 찾아드는 허무함과 주위를 떠난 친구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하루를 보냈겠지.

남들과 다른 경험을 했기에 기억 속 남아있는 추억들이 유독 많다. 신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판 후 회식이 그 첫 번째 추억이다. 모두 함께 일주일간 고생하고, 피로를 푸는 자리 정도로 생각된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가슴에 약간씩 묻어놨던 응어리들을 하나 둘 풀어내 서로 오해를 버리고 더욱 친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는가 싶다. 두 번째 추억은 앞에서 언급한 조판이다. 조판을 하기 전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난 아직 방중호 제작 조판에만 참여해서 깊은 참여를 해보지는 못했지만, 선배 기자님들의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세 번째 기억은 일상적인 신문사 생활 그 자체이다. 내가 언제 어느 순간에 들러도 언제나 신문사에는 가족들이 맞이해 준다. 만나서 힘든 점을 서로 나누고, 서로 위로해 주기도 하고 재밌는 일을 함께 나눠 웃음꽃을 피우기도 한다. 이런 소중한 경험들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고, 그 누구도 쉽게 경험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추억이라 하기엔 너무 거대한 한 기억이 있다. 바로 공포의 퇴임식과 선서식. 난 솔직히 선서식과 퇴임식 장기자랑이 그냥 술렁술렁 넘어가는 그런 자리로 굉장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본격적으로 장기자랑을 시작한 순간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들이 혼란이 돼 정신이 아찔했다. 뭐 많이 부족한 실력으로 나름 장기를 자랑해서 위기는 모면했지만, 너무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순간이었다. 너무 큰 충격이었기에 기억 한 부분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말도 안 되는 별명을 짓기도 하고, 근거 없는 소문을 만들기도 하고, 작은 이야기 거리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동기들과의 추억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소중한 추억과 잊지 못할 기억들을 내게 선물해준 신문사. 앞으로도 계속 나에게 좋은 추억들을 만들어줄 것이기에 좀 더 신문사를 사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