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성>에서 보이는 차범석의 동성애관
<장미의 성>에서 보이는 차범석의 동성애관
  • 성대신문
  • 승인 2009.08.30 01:40
  • 호수 1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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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란 같은 성(性)의 타인이나 사회적 성(gender)의 타인에 대해 미적으로 지속하여 끌리거나, 애정 또는 성적 욕구로 특징지어지는 성적 지향성을 의미한다. 또 이러한 성적 지향성이 모순되는 성적 활동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정적 정체성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도 사용되기도 한다. 동성애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두 가지 경우의 공통점은 지속적으로 한 개인의 성 의식적 정체성에 작용한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한 개인이 성에 관한 의식이 형성된 후 성적 취향은 개인 고유의 것으로 자리 잡기 때문에 외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은 억압의 형태로 인식된다.

동성애는 인류 역사상 매우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는 한 개인이 성관계를 나누는 대상이 이성이냐 동성이냐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성관계에서 적극적 역할과 수동적 역할을 구분하고 개인의 사회적 지위에 걸맞게 적극적, 수동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즉 동성애 자체가 문제되지 않았으며 보편적으로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의 역사 기록에서 보이는 최초의 동성애자는 신라 36대 혜공왕이다. 그는 공주와 같은 외모와 심성을 가지고 있었고 미소년들로 구성된 근위대들과 주로 놀았다. 고려시대에는 동성애와 관계된 기록이 더 많이 등장한다. 7대 목종은 남색에 빠져 정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기록이 나오며, 31대 공민왕은 노국공주가 죽은 후 자제위(子弟衛)라는 기구를 만들어 미소년들과 동성애를 즐겼다.

동성애와 관계된 이 기록들은 모두 근대 이전의 시대에는 그것이 변태적이거나 금기시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정의 표현으로 여겼던 것임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를 금기로 여긴 것은 근대 이후이다. 가부장적 위계질서가 사회 제도에 강하게 작용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뿐 아니라 성에 관한 언급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동성애를 죄악으로 여기는 기독교의 윤리관이 더해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동성애를 정신병자들이나 하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게다가 에이즈가 창궐한 이후부터는 동성애자들을 에이즈의 주범으로 보려는 그릇된 통념이 작용하여 동성애에 대해 더욱 좋지 않은 시각을 갖게 되었다.

차범석이 <장미의 성>을 통해 동성애를 다룬 것은 1968년이다. 전 4막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에서 3막까지는 ‘장미의 성’에 스스로를 유폐시킨 윤병희의 병적 심리와 가족 간의 갈등이 중심을 이룬다. 4막에 이르러서야 윤병희의 남편 배영도를 통해 동성애의 문제가 전면에 나서게 된다. 동성애의 문제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사회적 상황에서는 공론화되기 힘든 문제라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5ㆍ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전체주의적 성향이 강하게 부각되었던 시대적 상황, 반공 이데올로기가 국시(國是)이던 이념적 상황으로 1960년대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 사고가 확고히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분류되어 우리 아니면 적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가 사회 전반에 확고하게 자리 잡은 하에서는 개인의 가치를 주장하는 것이 이적행위를 하는 것으로 쉽사리 비춰지게 마련이다. <장미의 성>에서 차범석이 가족 간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동성애’라는 민감한 주제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범석은 동성애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꾸준히 보이고 있다. 윤병희를 통해 배영도가 비난을 받고 있지만, 회상 장면을 통해서나 그를 알고 있는 평론가 김한기를 통해 형상화되는 배영도는 몹쓸 짓을 한 존재로 그리고 있지는 않다. 더욱이 배영도가 천재적인 화가라는 점은 동성애에 대한 예외적인 관대함을 기대하게 하는 설정으로 비춰지며(김한기는 그가 천재적 화가임을 윤병희에게 끊임없이 주지시키며 용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자살기도를 하였다는 정보 역시 동성애에 대한 반감을 어느 정도 상쇄한다.
( 다음 호에 이어집니다.)

현재원(학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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