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지 기자 (msvt4ever@skku.edu)

마음을 치유하고 삶의 에너지를 주는 힐링뮤직. 가까운 일본에서는 힐링뮤직이 하나의 독보적인 음악장르로 뿌리내려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실정이다. 이처럼 힐링뮤직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조금씩 힐링뮤직의 씨앗을 뿌리는 힐링뮤직그룹 노튼(Noton)의 멤버 연응준·황예준·이찬형·성지담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힐링뮤직, 마음을 울리는 위안의 멜로디
김민지 기자(이하:김)  멤버들이 각자 힐링뮤직의 정의를 내려준다면
연응준(이하:연) 힐링뮤직은 향유자들의 정서적 소통의 장이다. 음악 연주자가 일방적으로 ‘나의 음악은 이러하다’고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청중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연주자와 감상자 모두가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즉, 힐링뮤직은 소리의 전달보다는 정서의 공유를 중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성지담(이하:성) 요즘에는 ‘뮤직 테라피’라고 해서 치료음악에 대한 학문적인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힐링뮤직은 이같이 거창한 음악은 아니지만 편안함 속에 정서적 안정을 꾀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황예준(이하:황) 힐링뮤직은 자극적인 기교들을 주로 사용하는 일반 대중음악들과 비교해 부드러운 △멜로디 △화성 △비트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감상자의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 그래서 ‘머리 아플 때는 아스피린, 목이 마르면 콜라’처럼 그냥 ‘가슴이 답답할 때 듣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김 : 실제로 힐링뮤직이 정서적 치료에 효과가 있을까
이찬형(이하:이)  굳이 의학적 효과를 찾아야만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면 충분히 효과를 발휘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맞다. 요즘에 특정한 주파수를 이용해 정서적 안정을 꾀하는 과학적인 방법들도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힐링뮤직은 과학적인 원리 보다는 일상생활에서 편안하게 듣는 음악이다.

김 : 힐링뮤직이 뉴에이지 음악과 느낌이 유사하다
이 : 사실 두 음악을 섞어 놓고 보면 이건 힐링뮤직이다, 저건 뉴에이지다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힐링뮤직과 뉴에이지 장르가 추구하는 목적은 확연하게 다르다.
황 : 그렇다. 힐링뮤직은 정서적 치유에 목적이 있지만 뉴에이지는 사상적인 측면이 강하다. 신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스스로의 가치에 대해 고려해 보자는 움직임을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 뉴에이지 음악이다. 따라서 둘의 느낌이 비슷하다 할지라도 그 본질 자체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노튼, 편안한 소통을 Note-on 하다
: 힐링뮤직그룹을 결성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연 : 과거 음악 잡지사를 운영할 때 외국의 힐링뮤직 음반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대중화 되지는 못했지만 시장성을 떠나서 편안한 음악을 해 보자는 생각에 멤버들에게 제안을 했다.
이 : 우리들은 형님이 하자고 해 어쩔 수 없이 했다(웃음). 사실은 그러한 음악 자체에 상당한 매력을 느꼈다. 형과 같은 생각을 예전부터 해 왔었는데 음악의 다양한 장르들 중에서 힐링뮤직이 가장 적합한 것 같았다.

: 그룹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나
연 : 노튼은 ‘Note-on’의 합성어로 ‘시작’을 의미한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시작할 당시에는 부족했더라도 차츰 자연스레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이름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대중화 되지 않은 힐링뮤직이라는 장르에 노튼이 첫 발을 내딛음으로써 ‘반’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 노튼표 힐링뮤직에는 특별한 점이 있을까
연 : 각각의 곡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점. 곡을 통해 사람들은 ‘아, 나처럼 누군가도 이런 경험을 하고 있구나’하고 혼자만의 아픔이나 외로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 : 노튼은 연주그룹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곡에 가사가 없다. 가사가 없는 대신 청취자들은 머릿속에 곡이 담은 이야기를 그려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황 : 음악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김 : 노튼의 음악을 듣는 감상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
이 : 개인적으로 모던락 밴드 ‘델리스파이스’의 건반 연주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밴드는 모던락을 하다 보니 감상자들의 반응이 힐링뮤직을 연주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아무래도 노튼으로 활동할 때의 관객들이 좀 더 차분하다.
연 : ‘만원 쏭’, ‘회사 가기 싫어 쏭’ 등 광고음악을 작곡할 때에는 목표 대상과 목적이 뚜렷했었다. 하지만 힐링뮤직의 경우 광범위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광고음악처럼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신 몇몇 관객분들이 찾아와 ‘노튼의 음악을 듣고 용기를 얻었어요. 앞으로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땐 말로 다 못할 보람을 느낀다.

김 : 작품 활동 과정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황 : 멤버들 모두 작곡을 하다 보니 건반악기만을 위주로 연주한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건반악기 이외의 악기들은 ‘The Strings’라는 연주팀이 도움을 줬다.
연 : 한 명씩 무대에 올라가서 각자의 곡을 연주하고 내려올 수밖에 없다 보니 ‘팀’이라는 느낌이 잘 살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음반 작업을 할 때에는 잘 못 느꼈었는데 무대에 서니 확실히 알겠더라.

김 : 힐링뮤직에 장르적 한계가 있을까
황 : 무엇보다 인지도가 낮은 것이 문제인 것 같다. 처음 힐링뮤직을 시작했을 때에는 우리가 처음인 줄도 몰랐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1호 그룹’ 이었다.
연 : 예를 들어 음반 판매 코너에 힐링뮤직 장르 섹션이 없다는 점. 특히 노튼의 음악의 경우 뉴에이지나 클래식 음악으로 분류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힐링뮤직이라는 장르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래서 1집 앨범 중 몇몇 곡을 선정해 반지인 작가의 ‘그리고-休’라는 책과 함께 제공했다. 내년 초에 발매될 앨범도 이렇게 최대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접근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