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의 파편과 뒤틀림이 빚어낸 ‘픽셀조각’
인체의 파편과 뒤틀림이 빚어낸 ‘픽셀조각’
  • 이은지 기자
  • 승인 2009.08.30 01:59
  • 호수 1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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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갤러리 앞뜰에 들어서니 거미 한 마리가 떡 버티고 서 있다. 미끈하게 잘 빠진 8개의 다리와 차가운 금속성의 재질 때문에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힌다. 그런데 거미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또 한 번 놀란다. 평범한 줄 알았던 거미의 표면이 알고보니 파편으로 분절돼있으며, 꼼꼼히 뜯어보면 낯익은 인체의 형상이 드러나는 있기 때문이다.

작가 신치현의 개인전 ‘Error(오류)’에는 이처럼 전시회의 명칭과 걸맞게 3차원의 현실에서 정상적이지도 않고 존재해서도 안될, 마치 오류를 보는 것과 같은 모습의 생물체들이 형상화돼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인간 신체의 일부를 조합하여 △사슴 △코끼리 △타조 등의 다양한 동물을 허구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손가락을 움켜쥔 모습이 사슴의 뿔로, 코끼리의 눈은 여성의 가슴으로 표현된 꼴이다. 이런 방식으로 구현된 △입체 조각 △부조 △컴퓨터 드로잉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작가는 이전부터 디지털 매체 이미지의 픽셀로 이뤄진 도면에 입체적 형상을 부여한 ‘픽셀 조각’으로 주목받아왔다. 그의 작업 방식은 다음과 같다. 일단 컴퓨터로 3D 스캐닝을 한 후, 그 데이터를 도면화해 일반적 판형재료를 자르고 조립해 3차원으로 구현한다. 마치 그의 컴퓨터드로잉이 그렇듯이 그럴듯한 3차원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평면인 도면를 진짜 현실로, 그것도 모자라 오류가 나서 판판이 깨진 형상을 불러와 생경한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이다.

전시가 진행되는 표갤러리의 전선영씨는 “그의 작품은 깎고 붙이는 것이 조각이라는 통념에서 나아간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이처럼 고전적인 작업 방식에서 탈피해 조각의 현대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신치현 작가의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문화적 경향에 걸맞다는 평을 듣고 있다. 조각이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등의 이유로 전시회장에서 회화에 밀리는 현실을 타개할 고무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작가노트에서 ‘재생산된 이미지는 분절되고 파편화된 이미지로 온전한 형태를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시각적 인식에 방해를 유도한다’고 밝히고 있듯이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에게는 시각적 충격이 가해진다. 작품을 보는 거리에 따라 실체를 파악하게 되는 경험은 일상적인 거리감과 충돌해 혼란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쉬이 존재를 파악하기 힘든, 가시 영역 외부에 존재하는 자신만의 실체가 있을 것이라는 감정을 어렴풋하게나마 파악하는 것이 작가가 관객에게 내 준 숙제일 것이다.

△기간:9월 12일까지
△장소:이태원 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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