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렌디피티> 속 책 <콜레라시대의 사랑>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세렌디피티? 따뜻한 분위기네요. 어떻게 이런 카페를 알게 됐죠?” “세렌디피티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뜻 밖의 우연이라는 뜻인데, 저는 이 뜻처럼 모든 것은 운명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영화 <세렌디피티>에서 각자의 약혼자에게 줄 선물을 고르다 만나게 된 조나단과 사라는 서로가 운명이라는 느낌을 받은 후 깊은 얘기를 나누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교감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만남을 계속해나가는 것을 주저하며 운명에 미래를 맡기자고 한 후 그냥 가버립니다.

그러나 둘은 정말 운명이었던 걸까요? 우연한 기회에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됐고, 여자의 제안에 따라 조금은 엉뚱한 방법으로 운명을 시험하게 됩니다. 여자는 자신이 읽던 책에, 남자는 5달러 지폐에 각자의 연락처를 적게된 것이죠. 그러나 그녀는 그 책을 남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헌책방에 팔아버리고, 자신은 그에게 받은 5달러 지폐로 사탕을 사 먹고는 서로 그들의 정표를 찾으면 연락하자고 말한 후 헤어집니다.

이 때 여자가 자신의 연락처를 적은 책이 바로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콜레라시대의 사랑> 초판본입니다. 이 책에는 부유한 집안의 딸인 페르미나와 그녀를 사랑하는 가난한 청년 플로렌티노, 의사인 우르비노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아름다운 그녀를 처음 본 순간 플로렌티노는 사랑에 빠지고 자신의 마음을 담은 뜨거운 사랑의 편지를 쓰게 됩니다. 그녀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내 현실적 상황에 부딪혀 우르비노와 결혼을 하게 됩니다.

플로렌티노는 그녀를 잊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내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 그녀가 자신의 곁으로 오는 그날만을 기다리며 서서히 부와 명예를 쌓아갑니다. 그러던 중 우르비노가 죽게 되고 그는 그녀에게 무려 지난 ‘51년 9개월 4일’ 동안 키워온 사랑을 고백하게 됩니다. 그녀는 한동안 혼란에 빠지지만 그의 고백에 응하게 되고, 그 둘은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기로 약속합니다.

이처럼 뜨겁고도 기나긴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책의 힘 덕분일까요? 영화 속 남자는 7년 만에 결국 그녀의 연락처가 적힌 책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통해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물론 영화와 책 속의 사랑은 다를지도 모릅니다. 사랑을 다룬 방식의 차이 때문이죠. 영화 속에서는 두 남녀의 현실성 없는 엇갈림을 빈번하게 등장시키면서도 결국에는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는 결론을 보여 사랑을 지나치게 극적으로 묘사합니다. 반면 책 속에서는 사랑과 정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을 통해 현실적인 우리네의 사랑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나 책 속 주인공 모두에게 있어 그들의 인생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을 향해 가는 여정이었다는 닮은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사랑이 없다면 그 무엇으로도 그들의 삶을 설명할 수 없을 테니까요.

현실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우연한 사랑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도 있겠죠. 그러나 영화 속 여자주인공의 친구가 말했듯, 인생은 카오스와 같은 것입니다. 이처럼 인생살이가 잘 짜여지지 않은 혼란 속에 있다 하더라도 나침반이 되어줄 모쿠슈라(나의 사랑, 나의 혈육)를 한 번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