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혹은 블루』 , 사자키 소코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같은 공간과 시간에서 자신과 똑같은 대상을 보는 현상이라는 뜻의 도플갱어. 이는 의학적으로는 정신질환 현상의 하나일 뿐이라고 규명됐지만, 아직 일부에서는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재앙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처럼 도플갱어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와 같은 통념에 대항하며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는 도플갱어에 대한 다른 관점의 성찰에서 비롯된 독특한 해석을 소설 <블루 혹은 블루>에 담아냈다.

주인공 사자키 소코는 서로 사랑했지만, 자신의 현세적 욕망을 만족시켜주지 못할 것 같아 헤어진 옛 연인 가와미를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가와미와 그의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의 부인은 소코와 도플갱어 관계였다. 둘은 잠시나마 인생을 바꿔 살기로 결심해 뒤바뀐 삶을 살게 된다.

다른 인생을 살면서 자신에 대해 고찰해보게 된 두 여인은 각자 자신이 진짜 소코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들은 누가 진짜 소코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곧 깨닫는다. 소코가 되기 위한 싸움이라는 일종의 통과의례를 겪으며 두 사람은 진정한 정체성을 찾게 된 것이다. 진정한 자기 자신, 자신의 삶은 자기가 행동하기에 달려 있었다. 둘 중 어느 한사람이 소코인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가진 자가 바로 진실된 자신인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 각자 무료하고 허전한 삶을 버리고 보다 나은 삶을 찾아 인생을 바꿨지만, 둘은 바뀐 삶 또한 만족스럽지 못함을 느낀다. 오히려 나의 진짜 삶, 진정 자기 위치에서의 삶이 더욱 행복에 가까웠음을 실감하는 그녀들. 두 여인은 행복은 외부에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부에서 표출됨을 깨닫고 행복했던 자신을 그리워하기 이른다. 지난날의 자신을 다시 되찾기 위해 행복을 충분히 즐기고 그에 감사하기 위해 그녀들은 원래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고자 마음먹는다.
과연 행복만이 내부에서 나오는 것인가. 사랑도 마찬가지로 나에게서 시작된다. 그 누가 나를 진정 사랑해주기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그에게 다가가야만 한다. 소코는 평소 남편 사자키의 무심함에 치를 떨었지만 자신이 남편에게 관심을 충분히 쏟지 않았음을 뉘우쳐 눈물을 흘린다. 이처럼 내가 끝없이 한 사람을 위해 사랑을 전하고 마음을 가득 담아 대할 때, 그때야 비로소 상대방도 나를 사랑으로 대하게 된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말은 흔히 문학작품들에서 말해왔던 ‘도플갱어가 만나서 일어나는 불행 내지 재앙’이 아니었다. 도플갱어의 만남으로 일어난 비극, 그 비극을 극복하면서 깨닫는 인생, 행복, 사랑에 대한 참된 의미. 바로 그것이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