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아시아인들이 다른 대륙의 사람들보다 수학을 잘한다는 결과는 모두가 알 것이다. 올해 7월에 열린 제50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대회에서도 △일본 △중국 △한국 △북한이 각각 1, 2, 4, 5위를 차지하며 이를 입증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렇듯 아시아인들이 수학에서 상대적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원인을 분석한 많은 사례 중 흥미로운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예부터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의 대표적인 산업은 쌀농사라고 말할 수 있다. 수천 년간 중국에서 지속된 쌀농사는 주변국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중국 주변의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쌀농사를 지었다. 이러한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한정된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다. 반면 서양의 경우를 살펴보자. 역사적으로 서양의 농업은 ‘기계 중심’이다. 상대적으로 넓은 땅으로 인해 경작지를 넓히면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 이야기를 꺼내다가 갑자기 전통 농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 의아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말콤 글래드웰은 자신이 저술한 책 <아웃라이어>에서 이러한 결과를 문화적인 요인을 통해 사례를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앞서 설명한 농업 방식으로 인해 아시아 지역에서는 쌀농사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했고, 여기에서 오는 끈기가 수학을 앞서나가게 해주는 원동력이었다는 것이다(한국어나 중국어가 영어 등에 비해 숫자 발음을 빨리 할 수 있으면서, 일정한 규칙성을 계속해서 갖는 것 역시 하나의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아웃라이어, 즉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수많은 자기계발서적, 그중에서도 성공하는 사람들을 다룬 책들과는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성공의 요인이 부단한 노력이나 선천적인 재능에서 오는 것이 아닌 성공할 수 있는 기회, 또는 일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 문화적인 부분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웃라이어>의 저자는 기본적으로는 1만 시간의 법칙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공하는 기회를 얻기 위해서, 특별한 요인을 얻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이 1만 시간이라는 것이다. 사실 1만 시간은 그리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사람이 1일 중 3시간을 그 일에 투자한다고 했을 때, 1년이면 1천80시간, 즉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투자해야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모두가 누구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고, 누구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은 아니다. 단지 어느 정도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고, 가정 형편과는 관계없이 노력 중에 생겨난 어떠한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성공’에 대한 원인, 즉 특별한 ‘재능’과 ‘노력’만이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가 아닌 것이다. 심지어 <아웃라이어>에서는 4, 8, 5, 3, 9, 7, 6을 소리 내어 읽은 후, 20초 후에 숫자를 다시 기억해내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성공과도 연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똑똑해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노력을 하고 있는 순간, 그리고 그 일이 특별한 가치를 지닐 때 시나브로 자신은 아웃라이어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재능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 한 분야의 아웃사이더가 아웃라이어가 되는 방법, 바로 본인은 모르고 있었지만 자신만의 이점과 특별한 기회요소, 그리고 문화적 유산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