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평소 성을 주제로 하는 예술가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고, 드디어 나에게 그럴 기회가 왔다. 그러나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즐겁지만은 않았다. 마냥 재미있을 것 같고 다뤄보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보다, 주제의 민감성과 관련 사안의 복잡성을 ‘어떻게 풀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나를 짓눌렀기 때문이다.

이제 막 스무 살. 사회적으로 성인이 되어 성이 꽃 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기사로 다루는 것에 조차 이렇게 움츠러들었던 것일까? 그녀의 말대로 나는 단순한 SEX의 생산물에 불과하고, 훗날 그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일에 동참할 것이고, 당신들도 이처럼 성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모르는 척, 알고 싶지 않은 척만을 해왔던 것일까. 아마 정답이 되기를 강요하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그에 들어맞고자 노력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랬던 나였기에, 그녀는 나에게 하나의 숨구멍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이 있는 카페에서 마치 안부 인사를 나누듯, 당당한 목소리로 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그녀의 모습은 놀라울 뿐 아니라 나에게 묘한 쾌감을 전해줬다. 그녀는 내가 하지 못하는, 그러나 한번쯤은 외쳐보고 싶었던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모이면 비밀이야기를 하듯 야한 이야기를 나누던 나지만 그 뿐, 언제 내가 나서서 그녀와 같은 목소리로 외칠 수 있었던가.

나의 기사를 보고 공감하는 이들도,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한 그들 내면의 깊은 울림에 무심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고 싶다. 그리고 ‘나 자신 뿐 아니라, 우리 모두 괜찮기를 위해’ 만들어진 그녀의 작품을 통해 그 울림과 조우해보기를 바란다. 나와 같이 숨기는 데 익숙한 삶을 살고 있을 많은 당신들, 그녀의 명랑한 목소리를 듣고 명랑해지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