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작년 여름, 베이징 올림픽 기간은 온 국민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은 올림픽 수영 사상 첫 금메달, 객관적인 실력으로 우승은 어렵다고 평가받았던 야구대표팀의 전승 우승 등 숱한 기록을 세우며 국민들에게 ‘금빛낭보’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온 국민들은 선수들의 일희일비에 환호했고, 좌절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이 당시 따낸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는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금메달 12개) 성적을 넘어서는 사상 최고 기록이다. 이러한 선수들의 개인적인 성적의 이면에는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정부는 물론, 전 태릉선수촌 이에리사 촌장,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7일 폐막한 캐나다 기능올림픽 종합성적 1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듯하다. 1967년 제16회 스페인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총 25번 출전해 모두 16번째의 우승이라는 금자탑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가 금 13개, 은메달 5개, 동매달 5개를 획득해 2위 스위스(금 7개)와 3위 일본(금 6개)을 크게 제치고 우승했다. 일부 종목에서는 최종 메달 집계와 발표가 수 시간이 연기될 정도로 유럽과 일본, 대만 등의 제조업 강국들의 집중 견제 속에서 이뤄낸 결과다.

우승 메달을 얻기까지 선수들과 코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의상 디자인 부문에서 동메달을 차지한 한 선수는 신경성 장염을 앓으면서도 대회 참가 전까지 연습에 열을 올렸고, 눈이 거의 보이지 않는 1급 시각 장애인 교사는 이태진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과정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마치고 언론에 공개된 보도자료는 기능인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노동부에서는 지난 11일 ‘국제기능센터’를 설립하기로 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기능장려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평소 개발도상국 기능인들을 초청해 고급 기능을 전수하는 역할을 하며, 2년에 한번씩 열리는 기능올림픽을 앞두고는 선수들의 합숙 훈련소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그간 기능올림픽 국가대표들은 기능올림픽 때마다 마무리 훈련장으로 공업계 고등학교 등 민간시설을 수개월 동안 빌려 사용해온 것에 비춰봤을 때 이는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이다. 또한 숙련도가 높으면 임금을 더 받는 ‘숙련급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는 등의 기능인의 사기를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의 갈 길은 멀다. 진정한 제조 기술의 선진국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교육 제도부터 개선돼야 한다. 한 예로 덴마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동일한 담임교사가 9년 동안 학생을 지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학부모와의 상담을 통해 학생의 진로를 결정한다. 대졸 실업자가 넘치고 있음에도 학벌 차별을 의식해 전문계 고교의 대학진학률이 70% 넘도록 만든 우리나라 정책의 개혁이 필수적인 이유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기계공고 졸업생들에겐 장학금과 병역혜택이 주어졌고, 취업률도 높아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병역문제마저도 2012년부터 산업기능요원제도 폐지와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모두가 잊은, 아니 처음부터 알지도 못했던 사이에 대한민국의 ‘신화’는 계속됐다. 그리고 앞으로 열릴 기능올림픽대회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부디 이번에 생긴 기능인들에 대한 관심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길 바라며 올림픽을 준비하며 고생한 선수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