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학우들이 학교에 한 번 이상 꼭 들르는 곳은 강의실과 화장실 등이 있습니다. 반면에 4년의 재학 기간 동안 한 번도 가지 않는 곳이 있죠. 그런 장소 중의 하나가 박물관일겁니다” -우리 학교 박물관 김대식 학예실장

우스갯소리로 들릴지 모르나 실상은 이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사캠 6백주년 기념관 지하 1층에 위치한 우리 학교 박물관은 강의실과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다. 그러나 입장객들의 명단을 적은 방명록을 보면 하루 10명이 채 안 되는 사람이 찾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학우들의 무관심에도 우리 학교 박물관은 풍성한 볼거리와 심도 있는 전시로  일간지 1면에 자주 소개될 정도로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1964년에 설립된 우리 학교 박물관은 ‘조선시대 유교문화와 관련된 유품을 중심으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수집ㆍ발굴ㆍ전시해 특색 있는 대학박물관으로의 도약’이라는 이념을 주축으로 삼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한 활발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전시 공간을 수준 높은 유물과 뛰어난 기획전으로 채워가고 있다.

약 5백여 평의 박물관은 △교사실 △유교문화실 △사랑방 △안방 △서화탁본실 △도자실 △문묘제례악기실 △기획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이 중 교사실에는 우리 학교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전시돼 있다. 과거에 실제로 쓰였던 교과서나 졸업증서 등이 전시돼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학교 동문이나 교수, 직원들로부터 기증받은 것들이다. 이 자료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학교와 관련된 과거의 흔적을 느낄 수 있어 특별함을 갖는다. 또한 기증으로 학교의 역사가 재현된 사실을 통해 지금까지 학교를 거쳐 간 많은 이들의 시대를 뛰어넘는 애교심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유교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박물관답게 조선시대 선비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교문화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선비의 삶과 관련된 △문방구 △간찰문인화 △노리개류 등이 전시돼 있다. 이 뿐 아니라 1398년 건학 이래 6백년의 역사를 담은 관련 자료를 통해 조선시대의 성균관이 현대의 성균관 대학으로 변모하는 과정 속 두 기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단순히 6백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성균관의 의미를 우리 학교가 시대에 맞게 수용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선비들의 사랑방과 안방을 당대의 가구와 집기 등을 통해 가상으로 재현해 놓은 것도 관람객의 시선을 끈다. 실제로 한 일반인 방문객은 “대학교 박물관이라고 해 국립 박물관 등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진 않을까 우려했는데, 막상 방문해보니 옛 삶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서화탁본실도 우리 학교 박물관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의 △탁본 △지도 △회화 등이 전시돼 있을 뿐 아니라 박물관의 대표 유물격인 근묵이 전시돼 있기 때문이다. 근묵은 조선왕조실록에 버금가는 국보급 유물로 △이황 △이이 △정조 △김정희 등 1천1백36명의 역사 속 명필가들의 서예작품 모음집이다. 이는 살아있는 한국 서예사의 교과서인 동시에 우리 학교 교수였던 故 임창순씨와 학예사 김채식씨가 각각 탈초와 교열을 맡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관람객들이 으레 마지막으로 둘러보는 기획전시실은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학교 박물관의 최근 연구 성과 발표격인 대표전시가 이곳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공자와 관련해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 <그림으로 보는 공자의 일생-공자성적도>전이 현재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으며 오는 12월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 전시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역사성이 돋보이는 기획 전시로 주목을 받았다. 고구려 유적이 중국의 동북공정 틀 안에서 얼마나 훼손됐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료인 중국 지안성 유적지 복원 사진전시나 석굴암의 해체 복원과정을 통해 일제에 의해 훼손된 실상을 최초로 공개한 사진전시 등이 대표적 예다.

이 밖에도 도자실과 문묘제례악실이 박물관을 더욱 빛낸다. 도자실에는 고려시대 이전의 다양한 그릇들과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인 청자와  백자가 기형별ㆍ문양별로 나뉘어 전시돼 있다. 또한 춘ㆍ추기 석전대제의 문묘제례악 연주에 사용되던 국보급 문화재인 문묘제례악기 등을 전시해 놓은 문묘제례악실도 박물관의 특성을 살리는데 이바지한다.

우리 학교 박물관은 이처럼 다채로운 전시품을 비롯해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만 앞에서도 짚어봤듯이 현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그 동안 정기적으로 기획 전시를 개최하고 문화유적 학술조사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유물을 구입하거나 한 번의 전시를 위해서는 큰 액수가 필요한데 비해, 지원금 액수는 여전히 턱없이 모자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 학예실장은 “박물관이 원체 소모적인 기관이라 경쟁력을 중요시하는 학교의 구조적인 상황을 이해한다”며 “학교에 무엇을 요구하기보다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서 보다 많은 학우들의 관심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반세기 동안 우리 학교와 함께 해 온 박물관은 우리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우리의 기관이다. 또한 타대와 비교했을 때 깊이나 내용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 학교 박물관을 모두가 공유하지 못한다는 상황이 아쉽다. 공강 시간을 이용해 박물관에을 가볍게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수준 높은 전시를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학교 6백년의 역사와 함께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