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지난 24일, 우리 학교 6백11년의 건학을 기념하기 위해 진행된 건학기념제가 인사캠 금잔디광장에서 열린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건기제를 맞아 이번 총학생회에서는 양 캠 간의 물리적인 공간을 줄여나가기 위한 부분에 중점을 두고 많은 일을 진행했다. 4월에 총학이 구성됐기 때문에 대동제를 준비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 건기제에 온 힘을 다할 것을 밝힌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대동제에서는 자과캠에서 개막식이, 인사캠에서 폐막식이 진행됐고, 양 캠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된 행사들도 여럿 있었다. 또한 양 캠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를 지난 여느 때보다 많이 배치한 것도 주목할 만했다.

4일간에 걸친 세부적인 행사들 역시 건학기념일의 의미를 어느 정도는 살려냈다고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축제의 행사를 이어받기는 했지만 1만2천 켤레에 캄보디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그려낸 ‘희망의 운동화’ 행사나, 백혈병이나 암 환자들을 위한 ‘조혈모세포와 장기기증 부스’ 등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의 건학이념에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들은 채용박람회 위주로 축제가 진행됐거나 외부 기업들의 다양한 홍보의 장이라고 지적받던 과거의 축제들에 비해 분명히 달라진 모습이었고, 채용박람회 위주(물론 올해도 리쿠르팅이나 채용설명회는 있었지만 축제의 정식 일정은 아니었다.)로 축제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축제에서 가장 많이 명암이 엇갈린 연예인 위주의 행사를 치르지 않았던 점도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개막식과 폐막식을 나눠 진행하는 것만으로는 현 총학생회가 소통시대 선거운동본부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인사캠과 자과캠의 통합축제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인사캠과 자과캠 사이에 존재하는 제3의 장소에서 개최하겠다는 약속은 하나의 공허한 메아리로만 남게 됐다. 또한 동아리나 소모임들이 부스 등을 통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저녁에 진행된 주점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축제가 모두가 함께 만드는 것이 아닌, ‘만드는 이’와 ‘참여하는 이’로 구분된 것이다. 축제의 대부분의 중요 행사 등이 인사캠에서만 진행된 부분도 아쉬움을 더했다.

사실 우리 학교처럼 개교기념일을 건학(建學)기념일이라 부르는 학교들도 많지 않을뿐더러 건학기념제라고 가을의 축제를 명명한 대학 축제는 많지 않다. 이러한 부분만 봐도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는 다른 소중한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9월 25일은 6백11년 전의 성균관(成均館)의 개교기념일이 아니라 1946년에 설립한 성균관대학교의 개교식을 기념하는 날이라는 것을 아는 학우는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이번 건학기념제에서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만한 부분은 우리 학교의 역사에 대한 간단한 사진 전시뿐이었다. 건학의 의의는 물론 우리 학교 설립자인 심산 김창숙 선생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늘은 공자 탄강 2천5백60주년을 기념해 성균관 대성전에서 추기 석전대제가 열리는 날이다. 이 행사는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비롯한 성인과 현인을 추모하고 덕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우리들, 그리고 학우들에게의 공자 탄강일은 쉬는 날 중 하루로 인식된 지 오래다. 건학기념일과 공자 탄강일이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지만 석전대제는 현재 우리 학교 건학의 기초인 유교적인 의미를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행사일 것이다. 오늘 하루, 그곳에서 건학의 기초가 된 유교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