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탄신 2천5백60주년을 맞이한 성균인
공자탄신 2천5백60주년을 맞이한 성균인
  • 성대신문
  • 승인 2009.09.27 18:27
  • 호수 14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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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수(유교문화연구소) 연구원
9월 28일 오늘, 공자의 고향 중국 곡부에서는 공자탄신 2천5백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제공자문화절’ 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중국정부의 막대한 예산 지원으로 세계 각국의 유교관련 연구자와 정상급 인사들을 대거 초청하여 치러질 예정이다. 특히, 9월 27일 전야제와 28일 본행사에서 공연 예정인 중국과 한국의 동일 제목의 창작무 <공자>는 양국의 유교문화 이해를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보도에 의하면, 23일 중국 북경의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유교의 국제연합인 국제유학연합회(ICA) 이사회에서 본교 서정돈 총장이 제4기 이사장으로 추대됐으며, 24일 ~ 25일 유교관련 국제학술대회를 주관했다고 한다.

199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정부는 중화문화 세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실례로서 2004년부터 추진되고 있는 공자학원 설립은 2009년 4월 현재 전세계 81개국(3백24개)에 설립된 상태이다. 이것은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1백20년 간 1천1백10개)’, 영국의 ‘브리티시 카운슬(70년 간 2백30개)’,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50년 간 1백28개)’의 성과보다 훨씬 웃도는 수치이다.

물론 공자학원의 성공은 21세기 중국의 잠재력을 의식한 세계적인 중국어 학습 열기에 부응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2004년 11월, 서울에 세계 최초의 공자학원이 문을 열었다. 2009년 현재에는 우석대, 충남대, 충북대, 계명대, 강원대, 순천향대, 대진대, 한라대 등 대학기관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총 14개의 공자 아카데미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편, 북경의 ‘공자학원총부’의 성명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까지 공자학원을 최소 5백개소로 늘린다고 한다.

이러한 중국정부의 중화문화 세계화 전략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공자학원(혹은 공자아카데미)’이라는 이름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중국문화 세계화 전략의 핵심에 유교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에서의 유교는 문화대혁명(1966 ~ 1976) 기간 중 민중혁명을 반대하고 노예제를 옹호하는 반동사상가인 공자와 함께 철저히 부정되고 파괴되었다.

그러나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반세기도 지나지 않아 현재 중국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공자와 유교에 대해 너무나도 온정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 건국 60주년 기념에 앞서 열린 이번 북경 국제유학연합회 행사와 곡부 국제공자문화절만 보면, 마치 중국이 유교국가로 변모해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이처럼 중국이 자신들의 무덤에 넣은 공자를 다시 깨워 그들의 세계화 전략에 끌어들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21세기 들어 막강한 정치·경제·군사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 전면에 등장한 중국에 대한 일종의 반감으로 제기된 ‘중국위협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즉, ‘문화의 시대’라고 일컫는 21세기에 걸맞는 새로운 국가브랜드 전략으로서 중국은 ‘사회주의’가 아닌 ‘공자’를 선택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우선 동아시아 유교문화의 중심적 위치를 재확인하고, 나아가 유교 세계화의 전위(前衛)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문화전쟁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19세기 영국의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 20세기 미국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가 있었다면,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는 일종의 문화적 팍스 시니카(Pax Sinica: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평화) 전략이 추진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우리 학교의 교시는 인의예지(仁義禮智)이며, 건학이념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이다. 모두 공자의 유학에서 나온 것이며, 성균관(成均館)이라고 하는 학교명 역시 유교를 국교로 하는 조선시대 국립대학의 명칭에서 온 것이다. 여기에서 굳이 고구려 소수림왕 2년(3백72년)에 세워진 국립대학인 태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금의 명륜동에 성균관이 설립(1398)된 것으로만 보더라도 우리 학교의 역사는 어언 6백10년이 넘는다. 이것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도 없다. 이런 이유로 우리 학교는 공부자 탄강일(9월 28일 오늘)을 학교 공휴일로 정하고 있는 세계 유일의 대학교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 성균인이 21세기 세계문화의 흐름과 중국의 변화, 그리고 유학의 미래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이번 건학기념제 기간 중 우리 학교 어디를 보아도 공자와 유교의 흔적은 그리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1일부터 교내 박물관에서 전시중인 <그림으로 보는 공자의 일생-공자성적도孔子聖蹟圖 모음전>과 오는 28일 대성전에서 거행될 석전(釋奠)이 오히려 작은 위안이 될 정도이다.

우리는 아직도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감독인 장예모가 연출한 2008년 북경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에서 본 중국의 문화적 자부심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중국이 유교의 종주국만이 아니라 동양문화, 나아가 세계문화의 중심에 우뚝 설 수밖에 없음을 항변하는 것이었다.

우리 학교 정문에 있는 하마비(下馬碑)에는 이렇게 새겨져 있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여기를 지나는 자는 모두 말에서 내리시오!(大小人員過此者皆下馬)” 이것은 대성전에 있는 공자를 비롯한 선현들을 존중하는 뜻이며, 또한 당대 최고의 인재들을 교육하는 신성한 교육기관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게시판이었다. 즉, 공자를 비롯한 유교의 성현과 그 성현을 잇는 후학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새워진 것이 바로 하마비였던 것이다. 여기에는 임금도 정승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만큼 성균관은 신성한 의무를 다하는 곳이었다.

공자탄신 2천5백60주년을 맞이한 자랑스런 성균인으로서 건학제 기간 중 적어도 한 번 쯤은 이러한 하마비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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