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혜성(자전09)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3월, 운이 좋게 치열한 수강신청‘전쟁’에서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강의 하나를 2학기 시간표에 넣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수업계획서의 내용이 마음에 들었지만 강의가 ‘국제어강의’ 라는 점도 매력을 느낀 이유 중 하나였다. 국제어강의가 처음이라 대학교에서 영어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얼마나 멋지고 학문적으로도 깊이가 있을지 많은 기대를 하며 2학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고대하던 강의의 첫 시간이 시작되었지만 나의 기대에 대한 대가로 돌아온 것은 크나큰 실망뿐이었다. 강의 초반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서 사용하시던 교수님은 어느 순간부터 한국어만 쓰시기 시작했다. 보다 나은 수업의 이해를 위해 영어와 한국어를 혼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감안하더라도  “한국어를 많이 사용할 것이니 강의를 통해 영어실력을 증진하려 한 학생은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나가도 좋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수님께서 이 말씀을 반복하실 때마다 실망은 점점 커지다 못해 기막힘과 짜증으로 변했고, 실제로 두 명의 학생은 첫 수업 도중 철회의사를 밝히고 강의실을 나갔다.

그날 오후 내내 나는 국제어강의가 왜 필요한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대학교에서 점점 국제어강의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가장 적합한 언어로의 수업을 통한 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학문적 이해와 학생들의 외국어 능력 증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일 것이다. 우리 학교의 경우 국제어강의에 A를 받을 수 있는 학생의 비율을 높게 정해 둔 것은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한계점을 보완을 위함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강의가 외국어로 진행된다고 해서 심도 있는 내용을 다루는 데에 지장이 있거나 원활한 수업 진행이 불가능하다면 국제어강의에서 A학점을 받는 학생 비율을 높다는 것이 일반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불공평할 것이며, 국제어강의의 존재 이유도 무색해질 것이다. 이런 생각 끝에 나는 좋은 학점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뒤로 한 채 수강신청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완벽한 형태의 국제어강의 진행이 아직까지는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쉽지 않고, 많은 국제어강의가 그 목적이나 의의에 합치한다는 것은 다른 국제어강의의 수강을 통해 잘 안다. 하지만 국제어강의 개설 수가 점점 대학평가의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름뿐인 국제어강의가 개설, 진행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정비율 이상의 국제어강의 개설이 학교의 위상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종국에는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학교에서는 과목 개설 전에 해당강의가 국제어로 진행되는 데에 무리가 있지는 않을지, 학생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정말 국제어강의로 지정할 만한 과목인지를 더욱 철저하고 냉정하게 검토한 후 개설해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