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쌀쌀한 가을 날씨라고 하기엔 약간 무더웠던 그 날. 아침부터 지하철에 몸을 싣고 남천속기연구센터가 위치한 목동의 한 건물을 찾아갔다. 지리를 잘 몰라 사경을 헤매고 겨우 찾아간 그 곳. 16층 건물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서자 따뜻한 얼굴로 우리 학교 선배이자 남천속기 창시자인 남상천 대표가 성대신문 기자를 맞이했다. 그의 약력을 사전에 조사한 결과 29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그를 본 첫인상은 ‘오!’였다. 생각보다 훤칠한 키에 동안인 얼굴이 전혀 나이 대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더워보였는지 기자를 위해 시원한 음료수를 내밀며 너털웃음을 지었던 그. 인터뷰가 본 목적이었지만 모교 후배들이 찾아와준 것이 더 반가웠는지 연신 웃는 얼굴로 여러 가지 담소를 나눴다. 더군다나 정식으로 속기학을 배운 기자가 방문했기에 남상천 동문의 반가움은 한층 더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서는 속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우선, 사무실 벽면 가득 메우고 있는 속기에 대한 발자취들. 빛바랜 종이들로 이뤄진 속기 초본 교재와 속기를 수강한 학생들의 소감문 하나하나까지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책장을 둘러보며 ‘속기학의 아버지’라는 칭호를 붙여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인터뷰 내내 기사로 다뤄질 가치가 미미하다며 자신을 낮추는 그를 보며 오히려 그러한 모습들이 기자로 하여금 더욱 취재열기를 북돋을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한 듯싶다. 속기의 보급을 위해 우리 학교에 기부도 하고 속기 교재비용이 부담될까봐 그가 직접 개설한 홈페이지에 교재 전문에서 교육 동영상까지 올려놓았기에 자본주의에 물든 황금만능주의가 이 분께만은 비껴갔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가 걸어온 인생의 발자취를 들어보니 사업에 성공해 대단한 재력을 갖추게 됐지만 그것을 모두 속기를 위해 헌신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을 통틀어 속기의 보급을 위해 노력한 것과는 반대로 자신처럼 속기에 열광하는 자도, 그의 작업을 이을 후계자도 없어 아쉬움을 토로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선뜻 어느 하나의 분야에 열정이라는 영혼을 쏟아 붓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와의 만남. 열정의 종착점, ‘미친역’의 온기를 마음 속에 담뿍 담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