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얼마 전, 우리 학교에서는 두 개의 학과가 뜻 깊은 자리를 가졌다. 경영학과와 독어독문학과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1959년 3월 문리과대학에 독어독문학과가, 법정대학에 경영학과가 설립된 후 올해로 지천명(知天命)을 맞아 각 학과들은 과거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날들을 자체적인 행사를 통해 기념했다.

하지만 같은 목표와 달리 두 학과의 50주년 기념행사 프로그램은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경영학과는 동문들이 주로 참석한 채 신라호텔에서 비전선포식을 한 것을 시작으로 동문들 간의 유대감을 강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많이 진행했다. 반면 독어독문학과에서는 해설이 있는 영화제나 기획사진전, 학술제 등 교내에서 재학 중인 학우들이 주관하고 참여하는 행사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행사의 가장 큰 차이는 각 학과에서 추구하는 방향에 있었다. 독어독문학과에서는 독일의 문화나 언어에 대해 일반 학우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골든벨! 독일어’ 등의 프로그램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지난 주부터는 경영관 로비에 전시됐던 ‘독일인의 눈으로 본 우리 모습’이라는 사진전이 삼성학술정보관에 새롭게 전시돼 자과캠 학우에게도 관람할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반면 경영학과에서 가장 중요했던 행사는 동문들의 힘을 합치고 더욱더 성장하는 경영대학을 만들기 위해 벌인 발전기금 모금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단순히 눈에 보이는 행사 이외에도 많은 노력들이 있었겠지만 이 날에만 총 34명의 동문들이 발전기금으로 3억2천여만 원의 금액을 약정했다. 우리에겐 6백주년기념관 지하에 위치한 공간의 명칭으로 알려진 조병두 동문부터 99학번 동문까지 십시일반 서로의 힘을 합쳐 모교의 발전을 기원했다.

최근 이러한 기금 마련 행사는 곳곳에서 열리는 기념식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손님이다. 2004년, 2007년에 열린 성균인의 날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사회 각 층에서도 행사가 있을 때면 기금 마련을 위한 장을 만든다. 이는 현대 사회 속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기부 문화가 발전하고 있다.

인문학으로서 주변의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노력했던 독어독문학과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문제해결이나 규범적 제언을 하는 실천학문의 대표인 경영학과가 지향한 학과의 발전. 이러한 것들이 학문간 특성이자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아닐까. 필자가 이러한 내용의 글을 쓰는 이유는 양비론적인 관점에서 특정한 학과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쓰는 것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기금을 약정하시는 그분들의 참된 뜻을 거스르려는 것도 절대 아니다.

다만 두 학과 모두 50주년을 맞이한 상황에서 해당 학과의 전통을 돌아보는 시간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어독문학과의 경우 그 자리에 동문들을 초청하려는 노력이 다소 부족했고, 경영학과는 화려한 장소는 마련했지만 학교에 대한 추억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적었다. 특히 지난 호 기획보도와 이번 호 사설에서도 언급했듯 우리 학교는 전통에 대한 기록물 관리를 통한 전통 유지가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50주년 행사를 해당학과의 전통을 돌아보고 중요한 자료들을 모으는 시간으로 마련해보는 것은 어땠을까? 두 학과의 50주년 행사를 지켜본 잠깐의 단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