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지난 8일 아침 5시. 눈이 번쩍 떠졌다. 오늘은 정크아티스트 오대호씨를 만나는 날.

6시 30분. 충북 음성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피곤했지만 묘한 흥분에 의한 들뜸을 느꼈다.

9시. 드디어 그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2시간이 넘게 계속된 그와의 만남 속에서 나는 새롭게 태어남을 느꼈다. 한낱 버려진 쓰레기에 불과했던 것들이 열정으로 가득 찬 그의 손을 거쳐 멋진 작품으로 새생명을 얻는 것처럼, 나 역시 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또한 그가 정크아티스트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견뎌냈던 고통을 들으면서 나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의 시간도 가졌다. 그의 확신에 찬 말들과, 열정으로 가득한 꿈들을 들으며 나 스스로를 정립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와의 시간이 편했던 것만은 아니다. 상업성이나 경제논리, 한국 미술계의 폐단 등에 대해 아무 거리낌 없이 언급하는 그가 당황스러웠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두려운 것 없어 보이는 그의 솔직함을 감당할 수 없었다. 나 스스로 정직을 중요시하는 기자라고 여기면서도 사실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껍데기만을 중요시하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넘어서는데 그와의 인터뷰는 많은 도움이 됐다. 나를 가뒀던 무언의 틀을 깰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동안 별것 아닌 자존심을 위해 얼마나 나를 얽매고 숨기는 삶을 살았던 것일까. 그가 말하는 마음의 거품을 걷어내자 비로소 나는 숨 쉼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과제에 쩔쩔 매는 학생이고, 기사 하나에 밤을 새는 능력 없는 학보사 기자일 뿐이다. 여전히 꿈과는 먼 일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지고, 나보다 대단한 사람들은 주위에 넘치는 것 같다. 그러나 왜일까. 나는 분명 달라졌다.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몸은 힘들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한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