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으로 장애인 문화권 명시돼…현실성 없다는 지적도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면 어떻게 할까? 우선 인터넷으로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고 표를 구매한 뒤 가까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 된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장애인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일단 시간표를 보는 일부터 간단치 않다. 시청각 장애인인 당신을 위한 인터넷 음성 정보 시스템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최근 장애인 이동 서비스가 확충됐다고는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당신이 영화관까지 가는 길은 여전히 ‘험난’ 그 자체다. 또한 한국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전국 3백 20개 극장 중 시청각 장애인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은 16개에 불과했다. 자막 및 화면 해설 장비가 설치된 영화관은 단 한 곳 뿐이며, 영화 및 시간 선택 폭도 극히 좁다. 결국 당신은 영화관에 갔지만, 영화를 보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같이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문화 활동을 누리기도 어렵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의 문화 향수권 및 창작활동 지원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올해 1월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더불어 기존의 ‘장애인 체육과’를 ‘장애인 문화 체육과’로 개편해 의지를 다졌다. 이와 관련해 장애인 문화 체육팀의 정재우 담당자는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문화부분에서 장애인 문화만을 독립시킨 것”이라며 “신설된 만큼 장애인 문화를 보완하고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문화예술 활동에서의 장애인 차별 금지가 명시적으로 규정됐다는 점에서 대부분이 반기는 분위기다. 또한 이는 과거에 장애인 차별이 △노동 △복지 △경제적 차원에만 국한돼 다뤄진 것에 비해, 최근 들어 문화적 차별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문화적 참여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음을 입증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부분은 있다. 정부의 사업이 장애인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정부의 문화 활동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보다는 강요하는 것에 가깝다. 실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 활동이 장애인들의 선택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주어지는 획일화된 활동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 같은 지적은 아직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처럼 주체적인 의지를 갖고 문화 활동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제가 남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상황 속 문화 창작 활동을 하는 장애인의 현실은 더욱 좋지 않다. 한국장애인문화협회가 장애예술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경제적 상황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 활동 수입 부분에서 응답자의 68%가 소득이 전혀 없었고, 나머지의 84%가 30만 원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창작 활동을 위해 수반돼야 할 경제적 뒷받침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이다. 또한 이외에도 △창작발표 기회의 마련 △관련 단체와의 교류 △예술 활동 정보의 취득이 장애예술인의 활성화를 위해 개선돼야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장애인 문화 공간의 최재호 대표는 “창작활동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 하는데 장애인들은 교육이나 취업의 부분에서는 물론 기본적인 경험부분에서도 많은 한계를 갖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의 개정과 부서의 개편은 장애인들의 문화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그러나 현 상황에 비춰볼 때 정부의 정책들은 한계를 지닌다. 문서상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에 대해 인식하고 관심갖기 위해 우선적으로 지역단위에서 이들을 위한 문화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라며 현실성 있는 대응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숨어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창작의 주체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 정책들의 제대로 된 활용과 사회적 차원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또한 단순한 사업 추진을 넘어 장애인들이 문화 활동을 하는데 실질적으로 필요한 경제적 복지에 대한 지원도 요구된다. 이러한 관심을 통해 장애인들이 더 이상 소외대상이 아닌 적극적인 문화 생산자이자 문화 권리를 찾는 주체로 거듭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