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생명과학) 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시험 답안지를 채점하고 나서 내가 느끼는 것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하도록 독려하거나 방법을 제공하지 않은 탓도 있겠고, 학생들이 택하고 있는 과목보다 더 중요하고 절실한 쪽의 공부나 일을 하다 보니 그런 탓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학생들은 평소에 공부를 하지 않고 있다가 시험 때가 되면 밤새워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른다. 허긴 나도 옛날엔 그랬지만…

벼락치기 공부로 성적이 좋게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교수는 어떤 문제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학생은 정확하게 무엇을 묻는지도 모른 채 암기한 내용을 기술하기 때문이다. 성적을 절대평가로 한다면 전체적으로 좋지 않을 텐데, 그나마 상대평가를 하다 보니 대개 고무줄처럼 늘려 올려줘야 하는 게 다반사이다.

식상한 이야기일지는 모르지만, 성적은 대단히 중요하다. 졸업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취직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는 게 성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자신의 전공과 교양을 넓히기 위해서, 자신의 본분에 얼마나 충실하게 살고 있는가의 척도임으로 성적을 잘 받도록 노력해야한다. 이런 것이야 당연한 이야기고 모두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같은 일을 되풀이한다.

어떻게 공부 안 하고 시험을 잘 치를 수 있는 묘안은 없을까? 뭔가 뾰족한 방법이 없을까? 대학생쯤 된 나이에 이런 게 있을까마는 나는 이미 모든 학생이 잘 알고 있는 방법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시켜주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뾰족한 공부법이란? 바로 매일 매일 공부하는 것이다. “픽~ 그거야 나도 알아. 그러나 누가 하기 싫은 공부를 매일 한담. 다 시험 때 공부하니까 나도 그러면 되지.” 혹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런데, 바로 여기에 문제가 있다. 매일 매일 공부하면 공부 양도 적고, 공부가 재미있고, 재미가 있으면 열심히 암기하지 않아도 잘 암기할 수 있고, 시험 때가 되면 조금만 정리를 해도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 공부에는 특별히 천재가 아닌 한 손쉽고 공짜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 1천개를 1백 일 안에 외워야 한다고 하자. 2백50개를 4일에 걸쳐 외울 수도, 1백개 씩을 10일에, 또는 매일 10개씩을 1백 일에 외울 수도 있다. 어느 것이 쉬운가? 어느 것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어느 것이 가장 오래 기억될까? 결과는 말 할 것도 없이 매일 조금씩 외우는 것이 가장 효율적 아닌가?  그런데, 학생들이 하는 건, 싫컷 놀다가 마지막 1주일, 아니면 3-4일만에 외려고 한다는 것이다.

내 경험담을 소개할까? 전술한 대로 나도 대학시절엔 시험 때 주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다. 미국 학생들에 비해 강의를 듣는데도 이해력이 약하고, 교과서나 참고문헌을 읽는데도 속도가 느리니, 매일 매일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다 시험 때가 되었는데, 시험공부를 하려니 별로 공부할 게 없었다. 밤을 샐 필요도 없음은 물론 시험 전 3일전 쯤 되면 아무리 봐도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오히려 심심했다. 그리고 시험 결과는 미국 학생들보다 늘 좋았다. 난 암기력이 좋지 않아서 공부를 잘 못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매일 매일 하니 암기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혹 내 자랑을 하려고 이 글을 썼다며 팔불출이라고 놀리는 사람은 없을까? 그래도 상관이 없다. 난 전혀 그런 마음이 없으니까…. 곧 정년을 앞둔 노교수가 자랑해봤자 누가 알아주겠는가? 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필을 든 이유는 모든 학생들이 매일매일 쉽고 재미있고 보람 있게 대학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쉬운 길을 두고 어렵게 가는 사람은 바보다. 같은 노력을 해서 더 좋은 결과를 마다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누군가 더 가치 있는 걸 놓쳐버리고 덜 가치 있는 걸 추구하며 안간힘을 쓴다면 말도 안 된다. 우리 학생들 모두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한 이 간단한 방법을 무시하는 교만을 버렸으면 좋겠다.  단순하고 쉬운 매일 공부하기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