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곤(신문방송학과 BK21 연구교수)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지난 2008년도 한국인의 하루 평균 매체이용 시간을 살펴보니 방송이 3시간 10분, 인터넷이 1시간 22분에 달했다. 요즘 들어서는 특이할 것도 없지만 신문의 하루 평균 이용시간은 24분 밖에 되지 않았다. 요즘 같이 동영상을 필두로 하는 멀티미디어의 시대에 글로 대변되는 신문은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겨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적은 수치이다.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마스 제퍼슨이 “신문 없는 정부보다 차라리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했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신문의 인기가 쇠락해가고 있다. 지금 독자들이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은 신문을 읽고 있다는 뜻이니 다행한 일이기는 하나 대부분의 요즘 대학생들은 신문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필자의 아버님은 일제시대에 두메산골에서 태어나서 정규교육이라고는 초등학교 다닌게 전부이다. 그것도 졸업도 못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고 좀 놀라기까지 했다. 하지만 배우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기고 어떻게 그것을 보상할까 생각하고는 내린 결론이 신문을 꾸준히 읽는 것이었다. 내가 어릴 때 우리집은 무려 신문을 5~6종을 구독했었다. 그리고 그 신문들을 지난 50여 년간 꾸준히 읽어오셨다. 연세가 80이 다 되신 지금도 조간과 석간 이렇게 2부를 꾸준히 보고 계신다. 내가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그 영향이 지대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읽어온 신문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어떤 사회문제에 대해서 우리 형제들과 아버님이 모여서 얘기를 하다보면 놀랍게도 정규대학교육을 받고 사회 돌아가는 것에도 꽤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의 논리와 안목이 아버님보다 훨씬 못한 것을 여러 번 경험하고 나서는 나는 신문의 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신문학을 우연찮게 몇 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면서 발견하게 된 여러 가지 사실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신문 한 부의 활자의 양이 거의 책 한 권과 맞먹는 다는 것이다. 즉 하루에 신문을 꼼꼼히 한 부만 봐도 책을 하루에 한 권씩 읽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 옛날부터 아버님은 꾸준히 하루에 책을 5~6권을 읽어온 것이다.

신문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이 실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관련된 것 뿐 만이 아니라 △예술 △과학 △스포츠 △국제뉴스 등등 정말 여러 종류의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책과는 달리 최신의 정보들이다. 많은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며 느낀 것인데 어떤 이슈에 대해서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그 근거가 대부분 미디어로부터 나옴을 발견했다. 특별히 사회적으로 회자되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신문의 칼럼과 논설 등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을 발견하고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신문의 영향력 아래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게 됐다.

현대의 미디어는 인간의 감각과 감정에 호소하면 할수록 인기가 올라간다. 신문은 이에 반하기 때문에 사실 위의 통계치와 같은 결과가 나왔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방송과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요즘의 미디어는 너무나도 말초적이고 선정적이다.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방송과 인터넷에도 좋은 정보와 콘텐츠가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현실적으로 소비자들이 그런 좋은 콘텐츠보다는 자극적인 내용들에 눈길이 간다는데 있다. 또한 소비자가 원한다는 이유로 더욱더 말초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들을 미디어가 제공한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신문을 하루에 1시간 반에서 2시간씩 꾸준히 읽고 있다. 신문을 읽기 위해서 일부러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어떤 때는 신문을 읽기 위해서 일부러 지하철을 몇 정거장 더 갔다가 오기도 할 정도로 강박적으로 신문을 읽는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신문 읽기가 의무가 아니라 즐거움이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과 소식들을 맛깔나게 잘 정리해서 매일 집 앞에 배달해주는 신문사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에서도 알아줄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교육 받았는데도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말하기와 글쓰기에 주눅 들어 있는 것을 목도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그 두 가지를 다 잘할 수 있는 비결이 꾸준한 신문읽기라고 감히 피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