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제42대 총학생회(이하:총학) 선거가 숱한 아쉬움만을 남긴 채 끝내 무산됐다. 지난 달 5일 양 캠에서 각 6인으로 구성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중선관위)의 출범에서부터 20일 밤 선거 무산을 확정짓는 순간까지,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 2주간 진행된 사안들에 대해서는 1면의 기사에서 다뤄졌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왜 이러한 일들이 생기게 된 것인지 살펴보자.

올해에도 반복된 ‘성(性)’과 관련된 특정 후보자 사퇴는 부끄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오죽하면 성대사랑 커뮤니티에서는 성(成)균관대를 성(性)균관대라고 부르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을까. 작년 11월 선거의 ‘SColor’ 선본 자과캠 정후보에서 시작해 올해 ‘바람개비’ 선본의 자과캠 정후보로 등록한 한 학우까지. 이쯤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든다. 후보자 등록과정에 있어서의 한계 때문이다. 현재 우리 학교의 선거시행세칙 제5조 피선거권에는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자의 조건에 대해 3가지만을 명시하고 있다. 정회원의 10% 이상의 추천과, 6학기 이상의 등록자, 그리고 공동선거제도만이 입후보 자격 요건인 셈이다.

사전에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었다면 선본이 통째로 분해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후보자 등록과정에서 인물을 검증해야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스로가 출마할 수 있을만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 곰곰이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아쉬움은 공동선거제로 인해 한층 심화된다. 현재 총학 선거에서는 후보 분석을 위한 자리가 없다. 더불어 후보자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양 캠 선본이 모두 사퇴해야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동행’이라는 선본의 자과캠 출마 예정자들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선본이 와해된 적이 있다. 당시 인사캠 후보 중 한 명이 민주노동당 당원이었음에도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이 것이 공동선거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원화 캠퍼스라는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공동선거제가 필요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공동선거제도로 인한 피해가 존재하는 만큼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단선으로 남은 선본에 대한 징계과정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들이 받은 3차례의 경고 중에서 일부 사안의 경우 예년과 다른 조치를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선거들에서 이번 일과 같은 이유로 심의에 회부됐을 때는 모두 ‘시정’이나 ‘주의’ 조치에 그쳤다. 물론 경고로 인해 무산된 ‘The하기’ 선본이 원인제공을 먼저 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기에 중선관위가 철저하고 분명하게 세칙을 적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선거가 무산되고 작년에 이어 또 다시 선거가 12월로 넘어가게 된 상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작년에도 보았듯이 기말고사와 가까워졌을 때는 투표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선거와 관련해 고생했던 학우들에게도 이는 참기 힘든 결과다. 무엇보다도 아쉬운건 이번에야말로 올바른 총학생회를 기대했던 1만8천 학우들이 실망감을 느끼게 됐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선거무산이라는 결과가 가져오는 파장이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필자는 한 가지 개인적인 바람을 얘기하고자 한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투표로 대표자를 뽑는 데에 있다. 더불어 투표를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선거가 갖는 중요성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이렇듯 중요한 선거는 반드시 진행됐어야 하고 후보자들에 대한 판단은 특정 집단이 아닌 학우들에 의해 결정됐어야 한다. 운영의 묘가 아쉬운 시점이다. 후보자의 결함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과연 지금까지 지속된 선거에서는 중선관위의 판단에 따라 ‘시정’이나 ‘주의’ 조치를 받은 내용이 이번에는 경고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제는 새로운 선거가 다시 한 번 시작된다. 중선관위 구성에서부터 최종 투표까지. 다른 어느 때보다도 모두의 힘이 하나로 합쳐져야 할 시기다. 이번에도 내년으로 선거가 넘어가게 된다면 학우들의 권리를 주장할 시간들이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등록금 협상에서부터 하다못해 작은 행사 준비까지도 겨울방학은 총학과 1만8천 학우들의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시기다. 부디 12월에는 탈 없는 선거가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