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ARE YOU LIVING? OR JUST GETTING OLDER?(당신은 살아 있습니까? 아니면 단지 늙어가고 있나요?)”
-<하루 DAY> 중, 박민정ㆍ원희정(영상05) 作.

보는 이를 뜨끔하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문구들. 자유로운 상상력에 기반을 둔 영상이 텍스트와 어우러져 뿜어내는 흡인력은 새천년홀을 들썩이게 했다. 지난 10일 우리 학교 인사캠 6백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있었던 2009 프라이드스크린 개막식. 젊은 영상 문화의 열린 장을 지향하는 영상제답게 개막식에도 대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기다림 끝에 입장한 공연장에서는 연기자 박주미(영상02)가 기획단장과 함께 사회를 맡아 영상제의 의미를 빛내주었다.

개막 공연으로는 영상학과와 무용학과의 합작으로 이뤄진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시간의 경계>가 올라 행사의 흥을 돋웠다. 한 공간에서 흐르는 두 사람의 시간들, 그 사이에 존재하는 균열과 공백의 무질서. 날카롭고 기계적인 선율을 타고 함께 흐르는 영상과 몸짓에 관람객들은 얼마간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어찌 보면 이질적일 것 같은 두 분야를 통섭한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신선한 감각을 깨운 것이다.

이어 상영된 졸업 작품들은 프라이드스크린의 ‘메인 코스’로 준비된 요리였다. △실험영화 △애니메이션 △뮤직드라마 등을 통해 대학 영상인들의 순수한 열정과 뜨거운 고민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의 외계인이라는 톡톡 튀는 발상을 영상으로 표현한 것부터 소품 하나하나도 높은 완성도를 보였던 전쟁 영화까지.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의 사랑과 가족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친숙한 작품도 있었다.

이처럼 이들의 작품은 대학생으로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나와 너의 고민을 담았다. 게다가 영상에서 대명 거리나 수선관 경비실 아저씨처럼 우리 학교 학생들끼리만 공유하는 장소와 시간을 찾아보는 소소한 재미는 애교심마저 느끼게 했다. 이와 관련 전쟁 영화 <어느 날의 총성>을 만든 양동화(영상03) 학우는 “평소 전쟁 관련 물품을 모으는 취미가 있어 익숙한 소재를 택하게 됐다”며 “또래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영상을 만드는지 지켜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번 해 프라이드스크린이 갤러리와 상영관을 이분화해 좀 더 다양한 영상 매체를 선보일 수 있었던 점은 획기적이었다. 성균 갤러리에서 전시를 관람한 이주승(경영09) 학우는 “게임과 모션그래픽 등을 보며 대학생이 이 정도로 할 수 있나 놀랍고 새로웠다”고 평했다. 그러나 지난 호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학우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부족한 편이다. 이와 관련 영상제 기획단의 임도연(영상05) 홍보팀장은 “교내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이번 해에도 학과의 참여율은 높은데 반해 학우들의 관심은 여전히 요원했다”며 아쉬워했다.

물론 이들의 영상제에는 실수도 많았다. 개막식이 원래 공지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한 것이나, 진행이 매끄럽지 않은 점 등이 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열정은 완벽하고 성숙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가치를 발하는 것이 아닐까. 완숙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자양분 삼아 훗날 영상계를 이끌 주목이 될 것임을 상상하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내년에 열릴 프라이드스크린에는 많은 학우들이 참여해서 ‘나는 그들과 같은 성균인으로서 어떤 분야에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하는 자극까지 ‘맛’볼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