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신상현 편집장 (sangpa88@skku.edu)

지난 5일 월드컵 조 추첨을 시작으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대장정에 돌입했다. 한 번의 선택으로 2라운드 진출의 여부가 갈리기도 할 만큼 조 추첨이 갖는 의미는 크다. 한 번의 선택이 4년간의 노력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은 수능점수를 가지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3군데 학교에 지원한다. 그리고 이에 따라 운명이 바뀐다. 물론 대학 입시는 철저한 운에 맡겨지는 조 추첨과 달리 본인의 성적을 바탕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마다 들쭉날쭉한 입시 점수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도 분명 간과할 수 없다.

우리 학교에서 최근 신입생들의 수능성적 정보를 고교 진학지도 교사 모임인 전국진학지도협의회에 제공하기로 했다. 이 방안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성적 공개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줄여 실력에 맞는 대학 선택을 돕기 위해 실시됐다. 이에 입학성적 공개를 골자로 모집단위별 입학생의 수능 영역별 백분위 및 표준점수를 전체학생 평균과 상위 80%평균 공개, 상위 80%선에 위치한 학생의 점수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최근 3년간의 실질경쟁률까지 밝혀 진학지도의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정보들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일은 성적을 개략적으로 공개한 사례가 있던 과거와 비춰봤을 때 분명히 기존의 입시 과정을 바꿀 수 있다. 이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대학 진로지도 등에 있어서 그동안 사설학원의 배치표에 의존하던 사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 등이 대표적이 예다. 기존의 사설학원 정보에만 의존해 생기는 비대칭성을 보완할 수 있고 진로지도에서의 혼란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입학성적의 공개가 일정 부분에서 공교육의 정상화를 가져오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성적 공개만으로 공교육의 정상화를 불러온다는 일부 단체의 주장이나 언론의 보도에는 오류가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사교육 해소에 성적 공개가 미칠 영향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이번 제도가 사교육비 등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닌 입시정보 ‘공개’ 차원에 그치고 있는 것이 그 이유다. 또한 현재의 사교육이 교육 내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단순한 진학지도 이상의 절대적인 영역이다. 즉, 현재의 제도는 지엽적인 부분에서만의 문제 해결의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시점수 공개를 통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대책이 필요하다. 공교육 정상화는 한 개 대학의 점수 공개만으로는 나아질 수 없다. 많은 대학들이 참여하는 것이 나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인 대학 서열화의 심화라는 지적에 대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단순한 입시 점수의 공개는 대학들을 점수만로 줄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대학 입시에 있어서 내신점수나 논술 등 수능점수 외의 요소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능점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구조상 수능점수의 공개는 대학을 일렬로 나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교육 해소’와 ‘대학 서열화 논란’의 주장들이 공존하는 상황 속에서 이미 이번 제도는 예정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우리 학교의 정보공개 방침에 대해 전국진학지도협의회 회장은 언론을 통해 환영의사를 밝혔다. 또한 대학교육 관계자들 역시 대입 진로지도의 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두 가지 논란 사이에서 우리 학교의 첫 번째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