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성(유동08)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얼마 전, 성균관대 2020년 계획을 세운다고 설문조사에 응해달라는 메일이 왔다. 거기에는 역시 빠지지 않는 단골주제인 ‘글로벌’에 관한 내용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 학교는 ‘글로벌’ 차원에서 글로벌경영학과, 글로벌경제학과라는 ‘글로벌’학과가 신설했다. 이 둘 학과의 공통점은 ‘글로벌’학과라는 것뿐만 아니라 ‘명품’학과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 것이다.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 더군다나 선진국이 요구하는 세계화를 중진국이 마냥 거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학교 역시 그러한 사회현실에 당면하여 열심히 세계화를 추진해나갔다. 하지만 그 결과 글로벌스탠다드, 즉 세계적 보편성에 치중한 나머지 전통으로 대변될 수 있는 특수성은 거의 말살되어버렸다. 일전에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오는데 옆에 앉아있던 중국 여학생이 어설픈 한국말로 어학원에서 내준 숙젠데 좀 도와달라고 한 적이 있다. 한국 사람에게도 어려운 한국어 문법이었지만 어찌되었든 무시는 안 당할 정도로 노력해서 도와주었다. 그랬더니 고맙다면서 그 여학생이 나에게 어느 학교 무슨 과를 다니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성대 다닌다고까지는 잘 말했다. 다만 학과는 ‘내가 말해줘봐야 알기나 할까’라는 생각에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유학동양학부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중국 여학생은 좋은 과 다닌다고 그러면서 우리 학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며 중국 사람들이 잘 안다고 추켜 세워줬다. 립서비스인지는 모르겠지만 외국 유학생(그 여학생은 H대 유학생)이 알 정도로 우리 유학동양학부는 글로벌화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외국 사람은 아는데 한국 사람이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2008년에 동양학인재로 수시를 붙었을 때, 부모님은 매우 좋아하셨다. 그래도 성대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첫째 대학 잘 갔냐고 물어보면 수줍은 목소리로 ‘운 좋아서 성대갔어요.’ 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방이 한 번 더 질문하면 기운이 쭉 빠진다고 하셨다. ‘무슨 과 됐어요?’라는 질문이 그것이다. 동양철학이라고 하면 으레 지하철역 계단에서 ‘사주’, ‘작명’이라고 쓴 종이를 붙여놓고 돗자리 피고 앉아있는 아저씨를 떠올리기 때문에 부모님이 부끄러워하시기도 하셨지만, 가장 큰 문제는 ‘유학동양학부? 애 유학보내게요?’라는 식의 형편없는 인지도 때문이다.

글로벌학과, 소위 명품학과의 창설을 두고 위화감 조성이라는 학내의 반발도 있었다. ‘명품’이라는 말 자체가 ‘싸구려’가 없는 곳에서는 성립할 수가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품학과가 설치되었다고 자랑하는 성균관대학교에는 ‘싸구려’학과도 있다는 것인가. 또한 그 학과만의 특성이 다른 학과보다 세계에 내놔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의 경쟁력이 있어서 글로벌인 것인가, 아니면 학교의 희망이 그렇기에 글로벌인 것인가.

지금 세계는 글로컬의 추세로 가고 있다. 세계적 시야에서 보편성을 가짐과 동시에 특수성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지금 성균관대학교에 절실한 것은 그것이다. 성대 총장이 중국인민대회당에서 국제유련 이사장에 추대되었다는 것은 성균관대학교의 글로컬 키워드가 유교에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제 1, 2년 밖에 안 된 글로벌 명품학과를 끌어올리려고 막대한 투자하는 것만큼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가 있는 분야에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투자를 기울이는 것이 2020년의 발전전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