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냥 청춘>

기자명 이은지 기자 (kafkaesk@skku.edu)

십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나이, 이를 청춘이라 칭한다.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을 뜻해서 일까? 일생에 있어 가장 눈부시고, 그만큼 방황도 많이 하게 되는 시기이다. 뭐 하나 안정된 것 없이 불안한 현실에 흔들리는 자신. 방황과 불안이 젊음의 특권이라고들 하지만 혼돈으로 점철된 우리네 꿈과 사랑은 시리기만 하다. 어른들로부터 ‘참 좋을 때다’라는 말을 수없이 듣지만, 남모를 성장통은 그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한 시련이 단지 견뎌내야 할 행군일 뿐일까? 청춘기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과도기에 그치는 것인가? 연극 <그냥 청춘>은 연출가로서 자신의 공연을 준비하는 철수와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위 문제들에 대한 그들 나름대로의 방정식을 풀어간다.

손때 묻은 통기타, 낡아 헤진 소파. 밋밋한 벽에 걸린 칠판에는 ‘은하수가 되고픈 오로라’라는 글귀가 써져 있다. 비록 부족한 제작비를 막노동으로 충당할 정도로 어려운 현실이지만 열정으로 충만한 연극 무대 위. 거기에 철수가 서 있다. 연극의 주인공 철수는 소위 ‘청춘거지’다. 대사에서 보여주는 그의 꿈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나한테도 꿈이 있다고! 나도 남들처럼 내 얘기 하고 살고 싶어” 그러나 그의 고민거리는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꿈의 좌절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거 연인이자 철수의 작품에 작가로 참여하는 영희와 과거 서로의 허물을 들추면서 감정이 상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등학교 때 연인이었던 성국까지 등장해 고민은 커진다. 청춘이 혼돈 그 자체인 것이다.

사실 88만원 세대라는 개념이 유행하면서 20대의 현실과 꿈, 그 과정에서 맛보는 좌절을 다룬 작품은 많다. 그 중에서도 연극 <그냥 청춘>은 현실 속 환상의 극중극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재미는 물론 청춘의 특성까지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현실적 존재이면서도 다소 비현실적인 이상을 꿈꾸는 청춘, 이들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극 중 철수와 영희, 성국의 나이는 스물아홉. ‘아홉수’가 껴든 그네들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청춘의 방황을 씻고 안정된 사회로의 편입을 희구할 나이임에도 여전한 그들의 모습. 더 젊었을 때의 사랑과 꿈을 굽어보며 아직도 혼란스러운 청춘인 철수의 모습은 시사점이 많다. 이처럼 청춘이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 고민 등을 여지없이 보임으로써 문제 해결 과정에 관객들이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네 일반적 20대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문제들은 ‘무언가 결여된 듯한’ 혼돈과 현실이 어울려 빚어내는 공통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20대라는 시기가 인생에서 꿈꾸고, 또 좌절도 맛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만들어가기에 어려움이 많은 시기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연극은 ‘그냥 청춘’이기에 ‘그래도 청춘은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어찌 보면 불편한 현실을 무마하고 도피하라는 말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방황을 안고 있는 것이 청춘의 과제이며, 혼란 속에 남아 현실을 똑똑히 마주해야 한다”라는 홍영은 연출가의 말처럼 꿈을 꾸는 자에게는 이 혼란이 도리어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기간:~2010년 1월 3일
△장소:가변극장 키 작은 소나무
△입장료: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