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정미 기자 (sky79091@skku.edu)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대담이라니. 게다가 주제가 학생운동이라니. 처음에 기사를 쓰겠다고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덜컥 겁이 났다. 물론 이 기획이 연재기획인지라 지난번 기사를 위해 공부도 했고 때문에 남들보다야 조금이나마 학생운동에 대해 알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내가 대담을 주도할 만큼 학생운동에 대해 왈가왈부할 처지인지도 의심스러웠고, 대담자를 선정하는 문제부터 시작해 대담장소를 섭외하는 일까지 ‘초조함이란 이름의 외줄’을 수없이 타야만 했다.

그리고 저물어가는 가을의 향기가 완연했던 지난 수요일, 대담이 다가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너무 떨렸다. 패널 분들의 성함이야 사회부 기자를 하면서 수없이 많이 들어봤고 그분들이 하시는 일 또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다만 우려가 됐던 점은 나 역시 다른 학우들과 마찬가지로 운동권에 대한 거리감을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 우려 안에는 학생운동이 받는 지적에 대한 냉철한 반성과 지적들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모든 것이 기우였다. 저녁 9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 경영관의 인적은 드물어져 가고 복도의 불도 꺼졌다. 하지만 그들의 솔직한 발언들과 사람을 향한 아름다운 얘기들은 고요한데다 적막하기까지 했던 경영관을 뜨겁게 달궜다. 갑자기 그들의 담백하고 진솔한 목소리 사이에서 자꾸만 내안의 내가 들렸다. ‘나는 무엇을 위해, 그리고 왜 시대의 부조리에 수긍하기만 하는가. 처음 목표는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내 내면의 외침은 바쁘다는 핑계로 허울뿐인 몸뚱이만 남은 데에 대한 내안의 나의 진솔한 충고였던 것이다. 언젠가 과거를 되돌아 봤을 때, 삶이라는 서툰 연습의 조각들 사이에서 지나간 날이 후회가 된다면, 이들의 삶에 대한 열정 그리고 대범한 선택을 기억하고 싶다. 어쩌면 그 때도 내 내면의 외침이 들리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