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수작 - 서기슬(유동05)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일상적인 무게로 눈꺼풀을 가다듬었을 뿐인데
문득 불이 꺼진 전철 안에 앉아있다
불안함에 급히 전철 문을 나서는데,
문득 내 생은 그렇듯
두려움에 놀라 도망치듯 던져진
발걸음 하나하나가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깨워주는 사람 없이 모두가 떠난 동안
내 안에서도 참
많은 이들이 타고 내렸다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텅 빈 나는 너무도 많은 터널을 통과했고,
너무 많은 역을 눈 감은 사이 지나쳤다.

모두가 떠나버린 승강장을 서성거려도
막차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길을 잃는다, 걸어 온 발걸음을
하나 둘 속으로 세어보아도
하나 뿐인 통로에서도 길을 잃었던 자취들,
바람 소리마저 끊긴 새벽 한 시.

문득 종착역 너머를 상상한다
여기가 세상의 끝일까 아니면 시작일까
이어진 선로 너머엔 또 다른 과거가 있을까
너무 멀리 가버린 모든 것들의 차표를 생각할 때에,
놓치고 왔던 감정의 음영이
발밑으로 절실하게 종착한다.

 

시를 쓰는 일이란,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처럼 내가 알 수 없는 커다란 어떤 인력에 이끌려 일어나는 일만 같은데, 그러니까 시를 써야만 할 것 같은 시간, 이 있다, 내 안의 세계에 살고 있는 수 많은 '나'들 중에서, 시를 쓰는 '나'의 표정은 가장 담담하며 가장 직설적이지 못하다, 은유적이다, 거울의 보는 나의 눈빛 속에, 다시 비치고 있는 나의 얼굴이, 내가 한 번도 지어본 적 없는 어떤 표정을 은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본 적이 있다, 문득 웅크려 나의 외로움을 긁적일 때에, 자음 몇 개가 부스러기처럼 흘러나와 스스로 긴 이름을 짓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가 되었다, 남들 앞에 풀어놓으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여전히 많이 부끄럽다, 더 많이 쓰고 더 열심히 쓰겠다고 늘 다짐한다, 아직 찾아가야할 나의 모습이 한참 남았다, 그 와중에 나의 어떤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 같은 수상 소식이란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다, 성대신문 학우분들과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언제나와 같이 나의 소중한 독자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