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가작 - 황건수(문정03)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달밤의 절 마당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외다─

주지스님이 무심코 중얼거린 말에
툇마루에 눌러앉아
개화(開花)를 기다렸다.

눈 쌓이는 소리가 울려퍼지는
고요한 밤의 어둠 아래.

산사(山寺)의 풍경(風磬)이
나지막한 소리로
노래를 읊조리면.

구름 속에 가려졌던 달이
빼꼼 고개를 내밀어
마당에 빛을 스민다.

꽃이 핀다.

낮에 남긴 발자국들이
달빛을 머금더니
마당에 커다랗고 신비스러운
빛무리의 꽃을 피웠다.

아아, 그렇구나.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흔적이
멀리서 바라보면
이토록 아름다운 꽃으로 비춰지는구나.

내 삶의 흔적도 마찬가지.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저에게 있어서 시는 문학의 분야 중에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분야입니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이야기를 나오는 대로 늘어놓는 것은 쉬워도, 시라는 필터를 통해 아름답고 정갈하게 걸러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순간의 이미지나 복잡한 사상의 흐름을 시로 표현해 낸다는 것은 다른 영역의 일처럼 생각되었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에 떠오른 이야기를 최대한 노력해서 '시답게' 다시 펼쳐놓는 것뿐이었습니다.
이번에 쓰게 된 시도, 본래는 굉장히 짧은 이야기로 쓴 것을 다듬은 것입니다. 이야기를 떠올린 순간은 어느 눈 오던 날 밖을 걷던 중, 문득 뒤돌아보게 되었을 때였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본 구름이 어떤 모양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 것처럼, 수많은 발자국이 어떤 그림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다만 그뿐인 이야기입니다.
비록 부족한 시이지만 선정해 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와 함께, 시를 통해 제 짧은 이야기가 온전히 전해졌기를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