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이삭 기자 (hentol@skku.edu)

내 컴퓨터의 바탕화면은 깔끔함을 자랑한다. 설치할 때마다 생기는 아이콘도 그 때 그 때 지우고, 꼭 필요한 아이콘이 아니면 모두 지웠다. 나름대로 깔끔한 상태를 자랑하는 내 바탕화면에 어색하게 놓여있는 한글파일 하나가 있다.

‘2009_2학기성대신문사수습기자지원서.hwp’

요즘 방중호 기획과 다음 학기 준비 때문에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볼 기회가 없었다. 오랜만에 머리도 식힐 겸 컴퓨터를 켰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수습기자 지원서 파일 역시 오랜만에 열어보았다. 몇 줄 쓸 칸이 없었던 지원서 양식의 지원동기 칸에는 모든 지원서에 써있을 법한 “저 이만큼 열정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뽑아만 주신다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류의 손발 오그라드는 내용이 써있었다. 불과 3개월 전의 글이다. 불과 3개월 전의 글이지만, 8살 때 썼던 일기 공책을 읽은 기분이 들었다. ‘부끄러움’이 아닌 이유와 출처를 알 수없는 복잡 미묘한 기분 말이다.

내가 보관하고 있는 것은 한 가지 더 있다. 선배기자가 “내일 XX와 관련 된 보도사진이 필요하니 5시까지 XX로 오라”는 문자. 나만 받은 것이 아니고, 다른 사진부 수습기자도 받았던 별 것 아닌 문자다. 하지만 처음으로 취재활동 명을 받은 문자였기에 보호 설정을 해놓고, 누가 볼까 떨려하며 힘들 때마다 열어보았다. 그 문자를 열어보면 ‘내가 왜 고작 이런 문자를 보호 설정 해놓고 열어보지?’ 하며 창피하기도 했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미소와 함께 소소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었다.(아쉽게도 실수로 그 문자를 삭제했다.)

저번 학기, 내가 찍은 사진과 기사에는 ‘수습기자 윤이삭’라는 ‘수습기자’ 표식이 붙어있었다. 이제 그 ‘수습기자’표식을 떼고 수습기자 때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더 힘들어질 것 같다. 하지만 지원서 파일에 들어있는 내용 마음을 그대로 아니 더 불태워서 움직이고 싶다.

“저 열정 가득한 사람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