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광윤 기자 (zeusx2@skku.edu)

수습일기라... 신문사 들어온 지 얼마 된 거 같지도 않은데 이제 수습일기를 쓰려고 앉아있다. 뭐 딱히 열심히 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빈둥거리면서도 2학기 자체가 1학기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버린 것 같다.

‘수습’이라는 수식어는 무언가 고난과 시련을 연상케 한다. 그런 느낌에 비하면, 그리고 당초에 예상했던 것에 비하면 신문사 수습생활은 힘들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잘거 다 자고 놀거 다 놀아가면서도 할만 했다. 이것이 나의 불성실한 신문사 생활에 대한 반증일지도 모르겠지만 코앞에 기숙사가 있었던 것이 컸던 것 같다. 남들은 5시에 일어나 씻고 튀어나오는데, 나는 집합시간 15분전에 일어나 바지만 꿰어 입고 모자 눌러쓰고 어슬렁어슬렁 오면 됐으니까. 그렇긴 해도 확실히 기존의 생활 패턴과 부딪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곤 했고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일들도 있었다. 조판 날 기껏 아침 10시부터 와서 그날 하루가 가도록 잡담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나 수원까지 편집회의 쫓아가서 한마디도 못하고 멍하니 듣다가 오는 것 등은 그다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정도는 고등학교 때 동아리를 해본 내 경험에 비춰볼 때, 오래되고 위상이 있는 단체치고는 상당히 유연한 편이다. 휴게실 사용에 차별을 둔다든지, 학번나이 상관없이 윗 기수가 무조건 하대를 한다든지 하는 식의 권위주의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진보와 미래를 표방한다는 신문사가 쓸데없는 것들을 강제하고 따지기 바빴다면 이미 고등학교 때처럼 발을 뺐을 것이다.

수습기간을 거쳐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하면 딱히 모르겠다. 이것저것 많이 손댄 것 같긴한데 깊게 파고들어 손에 움켜쥔 것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아마 본격적으로 기자활동을 하게 될 준정기자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처음에 들어왔을 땐 그냥 나의 글쓰기실력과 비판능력을 키우고 싶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언론이란 매체 타인에 대한 전달이 주 임무 인만큼 단순한 글재주나 사고능력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수습기간동안 느꼈다. 신문자체가 발간되고 독자들 손에 들어가려면 수많은 조정 및 관리 과정이 필요했다. 내 생각처럼 글쓰기나 비판능력만 키울 생각이라면 차라리 집에서 신문이나 보고 혼자 글이나 열심히 쓰는 것이 시간대비로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신문사에 회의를 느끼게 되거나 한 것은 아니다. 사회적 소통능력을 비롯해 내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다양할 것이라고 본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뭐랄까,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는 20대인데 좀 힘들게 하면 뭐라도 하나 남겠지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