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인 활동 가능케 해…과도한 수면은 금물

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오늘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손님 졸음. 내일 당장 시험이 있어 공부해야 하는데 찾아오고, 마감일에 임박한 일을 마치기 위해 일 해야 하는데도 쏟아져 공공의 적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생각처럼 잠이 정말 일에 방해만 되는 불필요한 존재인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일을 보다 효율적으로 하도록 도와주는 존재일까. 그 해답을 제시해줄 학문이 있으니, 바로 수면경제학이다.

수면경제학이란 수면으로 인한 경제적 손익 및 효과를 분석하는 경제학을 뜻한다. 2007년 전 세계의 경제성장에 대해 논의하는 다보스포럼에서는 수면 경제학을 회담의 세부주제로 선정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포럼에서는 수면경제학을 통해 수면의 긍정적인 역할과 필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과연 수면경제학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수면 자체의 가치조차 재조명할 수 있는 것일까. 수면경제학이 하고자 하는 말은 ‘잠을 자지 않고 일하는 것보다 충분히 잠을 자고 일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예전부터 흔히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을 하며 수면 감소를 강조해온 우리에겐 다소 낯선 개념으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사이언스지에서는 수면 경제학이 설명하는 수면의 가치가 유효하다는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해 이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실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물건들이 서로 뒤엉켜있는 그림을 보여준 뒤, 참여자들을 세 집단으로 나눠 다음 날 그림을 기억하도록 했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자도록 한 집단A, 밤에 자지 않고 낮잠을 푹 잔 집단B, 잠을 전혀 자지 않은 집단C 중에서 그룹A와 그룹B가 대부분의 그림을 맞춘 것에 비해 그룹C는 거의 기억해내지 못했다. 즉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 감퇴함은 물론 뇌 활동이 둔해지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말이다. 특히 낮잠에는 심부수면과 REM수면이 동시에 포함되기 때문에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그룹A와 B를 통해 증명돼, 일부 국가의 정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낮잠과 관련해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는 시에스타 제도를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에스타 제도란 낮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의 낮잠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온도가 높은 시간대에 일을 진행하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인정됐으나, 처음 제도가 시작될 때와는 기술적 여건이 다르고 관광객들에게 피해를 줘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는 이유로 폐지됐었다. 물론 당장의 이득을 따진다면 이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앞으로 발생할 추가적인 이득과 효율성을 고려한다면 폐지를 지지하는 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알 수 있다. 제도를 허용할 경우 고효율로 인해 업무상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음은 물론이고, 이로부터 늘어난 여가시간에 레저산업이 발전하는 등 추가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즉, 충분히 수면을 취하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보다 효율적이고 이득이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인식이 아직 널리 퍼지지 못한 실정이다. 수험생들의 경우 과도한 교육열로 인해 높은 사교육비를 지불하며 공부하고 있지만,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본인도 힘들며 경제적으로도 낭비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직원들에게 야근을 제안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그들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곤 한다. 이에 대해 신홍범 코모키 수면센터 원장은 “수면부족으로 인해 결근을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한 수면이 이득이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도한 수면은 우리 몸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병원에서는 수면시간이 길수록 알츠하이머에 걸릴 확률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를 밝혀 지나친 잠에 대해 경고했다. 이밖에도 수면시간이 지나치게 길면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도한 발표돼 과도한 수면을 견제해야 된다는 입장을 강화했다.

평소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반대되는 행동을 주장하는 수면경제학. 수많은 위인들이 잠자는 시간을 줄여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을 줄이지는 않았다. 잠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지금 잠시 무거운 눈꺼풀에 저항하지 않고 잠시 휴식을 취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