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하나 기자 (melissa12@skku.edu)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차에서는 부드러운 향이 났다. 따뜻한 찻잔을 감싸 들고 한 모금 마시자 산뜻한 잎차의 맛이 느껴졌다. 차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며 웃는 차문화협회 김해만 사무처장님의 차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차와 함께 시작된 인터뷰는 마지막 찻잔을 비우면서 끝이 났다. 차문화를 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차문화협회의 김 사무처장님에게서 차문화 전통의 현재를 들어봤다.


■차문화를 알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한국차문화협회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과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문화대전과 차예절 경연대회는 유치부부터 대학ㆍ일반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고 있는 행사이다. 협회 회지인 「차문화」도 격월로 발간한다. 또 차인들이 지정한 차의 날인 매년 5월 25일에는 전국 차인 큰잔치와 함께 차음식 경연대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약 천 종 이상의 차 음식을 개발했다. 이 요리법들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책자와 홈페이지를 통해 보급한다. 우리 나라의 차문화를 외국인들과 교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해외행사 또한 실시하고 있다.

■요즘에는 차예절이 많이 간소해지고 있는 것 같은데
문화는 편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현대는 변화해왔으며 과거와 많이 달라진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규방다례의 경우도 그렇다. 과거에는 여성들만의 문화였지만 현대에는 남녀의 구분이 사라졌다. 요즘에는 남자 사범들을 통해서도 규방다례를 배울 수 있다. 티백이나 차 음료 같은 시중의 간편한 제품들도 그렇다. 티백을 통해서 사람들이 우리 차를 많이 마시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방식으로 차를 많이 마시게 되면 더 알고 싶어 하고 좋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잎차와 같은 전통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누구나 같이 즐기며 나눌 수 있는 차문화로 폭넓게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문화 전통을 계승하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과 본질을 훼손하지 않되, 접근이 쉽도록 하는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은 우리 문화가 어렵고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단 접해보고 나면 우리 전통문화가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차문화를 처음 접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정좌를 하고 차는 세 번에 나눠 마셔야 한다’와 같이 절차와 형식을 강조하기보다는 차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는 가끔 누워서도 차를 마신다(웃음). 또 요즘은 간편하게 차를 우려 마실 수 있는 1인용 다구와 같은 것들이 개발되고 판매되고 있다. 이렇게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실생활에 편하도록 만들어 나가는 것이 과제가 아닐까 싶다.

■전통문화로서의 차문화가 현대인들에게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과거의 우리 나라는 농경사회를 바탕으로 협동하고 화합하는 문화였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이웃과 함께 하는 문화였던 과거와 달리 요즘의 사람들은 자기만 알고 각자의 것들을 구분짓는 것 같다. 차문화는 배려와 나눔의 문화다. 차를 우려내어 그것을 나눠 마시는 과정에는 ‘우리’가 있다. 차문화는 이웃을 잊은 현대인들에게 우리네 ‘공생’의 멋을 다시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