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다빈 편집장 (ilovecorea@skku.edu)

성대신문사의 신임 편집장으로 임명된 지 벌써 2달이 돼간다. 이 기간동안 머릿속에는 늘 하나의 단어가 자리를 잡아왔다. 혁신. ‘어떻게 하면 성대신문사를 발전시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었다. 어느 조직의 장이든 자기가 속한 조직에 대한 이러한 고뇌는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대신문사에 대한 본인의 고민은 조금 각별하다. 타대에 비해 많지도 않은 기자단이 생활하기에 언제나 공간은 부족하고, 예산은 아쉽다. 편집권이 온전히 우리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신문사의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들이 막혀있는 상황인 것이다.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가. 머리가 아파온다.

지위가 바뀌면서 정신적으로 생긴 이러한 고민과 더불어 환경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편집장이기에 이제 더 이상 기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은 본인에게 조금의 시간적 여유를 가져다줬다. 이는 한 걸음 물러서서 나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자연스럽게 ‘윤다빈 기자’라는 이름을 달고 썼던 기사들을 검토하게 됐다. 조금 시간이 지나 다시 보게 된 이전의 기록들, 그 곳에는 그 시절의 고민과 추억이 담겨있었다. 때로는 어설픈 내용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나름의 치열함이 담겨 있었다는 점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성대신문사의 기자라는 자부심 하나로 밤을 지새우던 그 때의 열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재산이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한 걸음 떨어진 곳에서 바라본 ‘그 시절의 나’에게선 한 가지 아쉬움이 발견됐다. 언론인의 사명은 ‘사회와 소속 집단에 대한 비판’이라는 생각에 매몰돼 때로는 귀를 막아버렸다는 반성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를 갖지 못했다. 실제로 일부 기사에서는 이러한 점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다양한 입장을 가진 사람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기사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방향을 정하고 거기에 타인의 생각을 끼워맞춘 적도 있었다.

물론 ‘학교와 사회에 대한 건전한 비판’이라는 사명은 여전히 본인, 더 나아가 성대신문사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는 언론의 기본적인 역할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대신문은 학내에서 학교와 사회에 대해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매체이기에 이러한 가치는 매우 소중하다. 하지만 밤을 새워가며 학교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생각을 나와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했던 것은 본인의 불찰이다. 또한 이러한 태도에서 나온 기사로 인해 선량한 이들이 피해를 본 적도 있었다. 본인의 기사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본 이들에게 이 지면을 빌려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필자는 이러한 성찰을 통해 서두에 언급했던 고민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었다. 혁신. 그것은 결국 나 자신, 더 나아가 성대신문사 구성원들의 노력과 변화로 이뤄야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변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외부 환경의 변화를 기대하겠는가. 훌륭한 기자가 되기 위해 좀 더 고민하고, 성찰하는 태도를 통해 자신부터 혁신해야한다. 기자들의 변화는 결국 기사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양질의 기사는 많은 독자들을 끌어모으는 유인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독자의 확보는 우리가 처한 외부적 한계를 극복하는 강력한 힘이 된다.

어찌보면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다. 그리고 이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성대신문사는 5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곳이다. 그렇기에 잠깐 반짝하는 개혁이 아니라 근본을 튼튼히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바탕위에서만 우리는 제대로 된 혁신을 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큰 걸음을 걷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지금 이 순간 나는 또 다른 고민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