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사회자본
대학가의 사회자본
  • 성대신문
  • 승인 2010.01.18 17:25
  • 호수 1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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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희조(신방) 교수

‘사회자본(Social Capital)’은 인간적 신뢰(Inter-personal Trust)와 사회연계망(Social Network), 그리고 시민들의 사회참여(Civic Engagement)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회학과 정치학에서 시작해 필자가 속해 있는 커뮤니케이션학 분야에서도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사회 자본에 관한 학자들의 논의와 연구는 그 역사가 길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하버드 대학의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이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이라는 책에서 미국 사회자본의 쇠퇴경향을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며 그 심각성을 일깨운 후부터이다. 미국 사람들이 사회자본의 쇠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많은 학자들이 참여와 연계망, 그리고 신뢰의 증진을 위해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를 집중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  뿐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경제 10위권인 한국의 사회자본 순위가 26위에 불과하다는 보도도 있었고, 경제에 대한 사회자본의 기여도 평가에서 한국의 경우 선진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서구사회만큼 사회 자본에 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 원인은 일정 부분 정치학자 잉글하트가 조사한 국가별 가치관의 차이에 기인하고 있는 듯하다. 잉글하트는 한국이 경제수준에 비해 물질주의에서 후기 물질주의적 가치관으로의 변화가 적은 독특한 국가라고 지적했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되면, 공동체와 주변사람들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우리는 아직도 경제성장과 물질주의적 가치관에 비정상적으로 매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학연, 지연 등 사회자본의 어두운 면이 너무 부각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는 요즘 대학가에서도 퍼트남이 말한 사회자본의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것 같다. ‘나 홀로 스펙 쌓기’ 혹은 ‘나 홀로 게임’이 지금 대학생들의 현주소가 아닐까 걱정스럽다. 점점 심해지는 취업난 속에 학과 혹은 동아리 활동 보다는 혼자 스펙을 쌓기 위한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가 보다. 어떤 학생들은 인터넷이나 게임 등 디지털 미디어의 중독현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리기도 한 것 같다. 스펙, 취업도 중요하고 요즘은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인터넷과 미디어가 우리의 일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느끼는 것은 인간관계 그리고 공동체 의식의 힘과 중요성이다. 그 어떤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공동체의 필요나 공조 없이 혼자 이룬 성과는 동료들의 경계심과 경쟁의식만 불러일으키기 쉽다. 점점 외톨이가 많아지는 현실에서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학부, 대학원, 회사생활, 유학생활 등을 돌아보면 늘 가장 후회되는 부분은 동료들과 내 삶을 더 나누지 못한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성대생들에게 인생을 길게 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스펙도 일정 수준에 이르면 취업을 결정하는 데는 인성 등의 다른 요소가 더 중요해지고, 삶에서 물질적인 요소도 일정 수준에 다르면 행복을 설명하지 못한다. 취업준비로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로 들린다. 인터넷에서 무의식적으로 별 목적 없이 이곳저곳을 흘러 다니거나 게임에 과 몰입하는 시간을 자신의 사회자본 쌓기에 투자하면 5년 후, 10년 후 훨씬 더 정신적으로 풍요로워진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퍼트남은 ‘시간 대체 가설’이라는 개념으로 미디어와 사회자본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했다. 미디어에 쓰는 시간만큼 공동체 참여나 인적 네트워크 유지에 쓰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학자들의 반박도 있었지만 일정 부분 맞는 주장이다. 취업 준비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목적 없는 활동에 시간을 써 버리기에 대학생활은 인생의 너무 중요한 시기이다.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 평생지기, 동료를 만들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이다. 필자는 미디어 학자이지만, 성대생들이 말장난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게임, 인터넷 유해 콘텐츠에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의 인적 자산과 공동체 경험을 늘리는데 대학생활을 많이 투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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