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사학07)

기자명 성대신문 (webmaster@skkuw.com)
수능과 입시 시험을 마치고 본격적인 고등학교 졸업과 대학 입학으로 한창 북적이는 추세를 보니 나의 고등학교 입시 시절이 그들의 현재와 겹쳐 보인다. 고등학교 때 나는 영어와 논술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다양한 주제의 짧은 영어 칼럼들을 읽었는데 이것은 그 가격대 성능비의 괴악함으로써 내가 후일 내 자식에게 절대 입시를 위해서만큼은 영어 사교육을 시키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끔 만든 계기가 되었다. 어쨌든 그 와중에도 나의 마음 속에 깊이 남은 단어가 있었는데 그것이 Inert idea다.

Inert idea는 TV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 흔히 겪게 되는, TV 혹은 여타 매체의 정보를 가감없이 흡수하여 그것이 담고 있는 함의는 모른 채 그대로 자신의 지식인 듯이 남에게 말하는, 이른바 앵무새의 말 따라하기와도 하등 다를 것이 없는 죽은 지식이다. 흔히들 글을 잘 쓰는 방법 중에 하나로 다독 다작 다상량을 일컫지만, 자신의 확고한 기준이 없이 그저 남의 사유를 빌려 쓰고, 지식을 곱씹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고 다만 씹고 뱉기만 해서는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교양을 쌓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흡사 그 옛날 음식의 맛만을 느끼기 위해 음식을 삼키지 않고 씹기만 한 뒤 토해내곤 했다는 로마 귀족의 일화와도 같이 말이다.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만 한편으로 위험한 길이다. 언제나 자신의 머리에 지식을 쌓거나 남의 사유를 책 혹은 여타 매체를 통하여 접할 때, 그것이 자신의 명확한 판단기준과 경험에 기본하여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항상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을 통하여 보다 빠르고 쉽게 정제되지 않은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된 이 때, 스스로의 머릿속이 Inert idea로 가득 차 있지 않은지 경계해 본다. 어쩌면 과거보다 지식을 얻기 쉬워진 현대에, 오히려 깊은 사유와 날카로운 통찰력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는 사회가 지식을 잘게 씹어 삼키는 것이 아니라 대강 맛만 보고 뱉어내기를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권하고 있는 탓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