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성준 기자 (ssjj515@skku.edu)

명동역 2번 출구 쎄븐빌딩 5층. 내가 방학 중 바쁜 일정과 한파 속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한 가지,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서다. 평소 극장에서 상영하는 블록버스터 영화만 골라 볼 정도로 영화에 큰 관심이 없었던 터라 인터뷰에 앞서 덜컥 겁이 났다. ‘내 무식함이 드러나면 어쩌나’ ‘내가 준비한 질문이 적절한가’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나와 동행한 사진부 윤이삭 기자도 제법 긴장한 모습이었다.

나와 윤 기자는 위원장님의 사무실에 도착해 부랴부랴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전조사에 의하면 술도 잘 드시고 카리스마가 넘친다기에 바짝 긴장했지만, 우리를 대하는 그 분은 부드러웠다. 10분 전에 비해 편안해진 나는 준비된 인터뷰 질문과 궁금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우린 명함을 주고받고 악수를 나누면서 헤어졌다. 이제 기사만 작성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지하철에 올랐다.

다음날 기사작성을 위해 녹취파일을 듣다보니 어느새 나는 기사보다 인터뷰 내용 자체에 신경을 쓰게 됐다. 김 위원장에게는 부산국제영화제, 나에게는...? 나에게 뭔가 열정을 바칠 대상이 있었던가? 나름대로 착실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왔으나 막상 지난날들을 떠올려보니 내가 모든 열정을 쏟은 뭔가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ㆍ고등학생 시절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느 한 분야에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 매진하며 제2의 인생을 살았다는 김 위원장의 기분을 나는 느낄 수 있을까? 후회 없이 떠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을 바친 그 기분을 알 수 있을까?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든 이 생각들이 언제까지 내 머릿속에 머물지는 알 수 없다. 금방 잊고 그저 그런 생활을 되풀이할지도 모른다.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계획을 그리지도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이 인터뷰를 떠올리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