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 아티스트 탁소

기자명 김영인 기자 (youngin09@skku.edu)

▲ <Hope>
‘글자’. 단순히 글을 쓰고 말을 하는 것의 기본이라고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이포 아티스트 탁소의 손을 거치면 그 글자가 표정을, 팔다리를 갖고, 결국에는 캐릭터가 된다. 그림은 보는 것이고 글자는 읽는 것이라는 편견을 타파하고, 아트와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노력하는 그. 없는 길을 만들어감에도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 즐겁다는 타이포 아티스트 탁소. 어느덧 봄의 기운이 우리 곁에 온 따뜻한 정오, 그를 만났다.

김영인 기자(이하:김) ‘타이포 아트’가 생소한데
아티스트 탁소(이하:탁) 생소할 수 밖에 없다. 내가 만들어낸 말이니깐(웃음). 타이포 아트란 세상의 모든 타이포(글자)와 단어의 비주얼에 중심을 둬서 메시지를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는 것이다. 흔히 타이포 그래피와 혼동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글꼴 △레이아웃 △위치 등의 시각적인 부분을 우선시한다. 그러나 타이포 아트는 비주얼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가장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즉 타이포 아트는 시각적으로는 타이포에 머리와 손발을 추가하여 표정과 생동감을 부여하고, 그 속에 일상적 메시지를 담는다.

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다양한 그릇 중 ‘타이포’를 선택한 계기는
탁:처음부터 ‘타이포’로 한정했던 것은 아니다. 막연하지만 예전부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지구에서 가장 쉬운 예술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재가 될 수 있는 것들을 찾다가 ‘타이포’를 만났다. 의사소통의 기본 단위라고도 볼 수 있는 글자를 통해 내가 하고 싶던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단어는 단어만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 또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 안에 무한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DREAM’을 보면 꿈이나 미래, 열정 등이 전달되는 것이지 ‘D’, ‘R’, ‘E’, ‘A’, ‘M’이라는 글자가 전해지는 것은 아닌 것처럼.

김: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광고도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탁:물론 광고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십여 년이나 광고 일을 할 수 있던 거다. 나는 지난 1996년 조선일보 광고대상에서 대학생으론 이례적으로 신인부문 대상을 받았고, 그 후 굵직굵직한 광고를 만드는 성공한 ‘광고쟁이’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더 늦기 전에 진정으로 하고 싶던 순수 창작을 하고 싶었다. 광고도 창작의 일부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의 성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계속 ‘내 생각만으로 창작할 수 없을까?’라고 고민했다. 사직서를 낸 후 경제적인 면에서 위축됐지만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무엇보다 사람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때 가장 즐거운 거니깐.

▲ <TRY>
김:메시지 전달을 위해 표현 방법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탁:나는 일상에서 볼 수 있어 익숙하지만 낯선 단어를 캐릭터로 만들고, 거기에 철학적 메시지를 담아 그림을 만든다. 그 뿐 아니라 환경이나 정치 등 사회적 이슈를 타이포 캐릭터와 함께 사진으로 담기도 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타이포 아트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물을 만들고, 설명을 원하는 관객에게 찾아가 강연 등을 하기도 한다. 이렇듯 타이포 아트의 분야를 확장하고자 하는데, 요즘에는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추세다.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다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다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다양한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인적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각각의 방법에 따라 전하고자 하는 의미는 약간씩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을 통해서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사진을 통해서는 시사적이나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을 때, 사진의 리얼리티적인 특성이 ‘센’ 느낌을 줄 수 있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확실히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작품의 재료가 되는 ‘타이포’가 영어인데
탁:많은 사람들이 내게 “한글로는 작업을 안하냐”고 묻는다. 당연히 할 것이다. 한글의 우수성이나 미적 가치는 두말할 필요 없이 뛰어나니깐. 그러나 나는 작품을 창작할 때 우선 전달하고자 하는 좋은 메시지를 생각하고, 그 메시지에 부합하는 단어를 선정한다. 그리고 그 단어가 어떤 비주얼로 보일지에 대해 고민한다. 때문에 자음과 모음이 조합돼야만 의미를 내포해, 그림으로 변환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한글보다 영어가 먼저 재료가 된 것이다. 또한 영어가 많이 통용된다는 점에서 '지구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아트'를 하고자 하는 내 의도에 부합했다.

김:작품이 디자인과의 경계가 모호해 보인다
탁:그것이 바로 내가 의도한 바다. 최근 들어 아트와 디자인과의 경계가 무너졌다. 예술적 가치가 큰 아트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디자인이 서로의 장점만을 추려 만난다고나 할까. 경계를 두고 한쪽의 측면만을 강조한다는 것이 오히려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본래 목적을 저하시킬 수 있다. 자기의 아이디어가 어떤 형태로든 제대로,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김:타이포 아트의 미래를 꿈꿔본다면

사진:유오상 기자 martlet4@skku.edu

탁:타이포 아트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일은 굉장히 많다. 우선 봄 쯤 아트 북을 출간하고, 크게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또한 패션과의 접목도 하고 싶다. 예를 들어 ‘유니클로’에서 1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는 ‘키스해링’의 티셔츠 같은 것처럼. 내 작품이 비싸게 팔리고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 보다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 좋겠다. 보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아트 벽지나 캐릭터 사업, 강연도 하고 싶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아암 병동 앞에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조형물을 세우고 싶다. 그러나 ‘타이포 아트’가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할지, 실패할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충분히 가치 있기 때문이다.

김: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탁:요새 젊은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는 취업이나 안정된 삶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타의에 의한 삶이 아니라 자의적으로 삶을 이끌어나가길 바란다. 결국에는 그것이 가장 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이니깐.